김윤희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기나긴 겨울도 봄이 다가옴을 알리는 힘찬 비와 함께 조금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차량등록사업소의 하루는 계절과 무관하게 늘 민원인들로 북적된다. 겨울이면 추워서 민원인이 얼마 되지 않겠지, 또는 봄이 오니 따뜻해서 민원인이 많아지겠지 했던 나의 생각은 늘 빗나갔다.

자동차는 휴대폰처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이며, 살고 있는 집과 같은 재산이다. 그래서 자동차와 관련된 민원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바쁘고 각종 민원들로 가득하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는 자동차 저당 등록과 저당 말소다. 요즘 시국을 반영하듯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지 많은 민원인들이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국가에 등기나 등록을 하는 물건은 얼마든지 담보로 제공될 수 있으며, 자동차도 국가에 등록된 물건으로 담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새 차를 살 때 할부로 구매하며 저당을 잡거나 타고 있는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며 저당을 잡는다.

저당 등록할 때는 자동차 소유자가 직접 방문을 하거나 또는 대리인이 올 경우 반드시 자동차 소유자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 날인을 받고 필요한 구비서류를 받고 꼼꼼히 검수한다.

한 번은 저당업무를 대행 받는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캐피탈 직원이었는데 계약서에 의뢰받은 자동차의 차대번호를 다르게 기재해서 반려를 했다. 차대번호를 바르게 쓴 계약서를 가져 오거나 번호를 정정해 자동차 소유주의 인감도장을 찍어 오라고 반려했다. 캐피탈 직원은 의뢰한 고객이 청주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지방에 살고 있어 언제 거기까지 갔다 오냐면서 반말을 하며 큰 소리를 질렀다.

사업소를 방문한 다른 민원인들도 많았고 직원들도 모두 쳐다보는 아주 민망한 상황이었다. 자동차 소유자가 직접 방문했더라면 신분 확인을 하고 사인을 받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대리인이 방문했기에 쉽게 고칠 수는 없었다. 대리로 방문한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서 차주의 허락을 받지 않고 고친 계약서를 받을 수는 없었다. 차대번호는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데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차량에 계약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차주의 허락 없이는 대리인에게 고치게 해 서류를 받을 수는 없었다. 잠시 일어난 소동이 민망해 원칙에 없는 행동을 할 수 없어 민원인에게 침착하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누구나 타고 있고 갖고 있는 자동차라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생활필수품 정도로 생각하고 저당을 설정하거나 저당을 말소할 때도 휴대폰을 바꿀 때처럼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타까웠다.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자동차지만 엄연히 재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소중히 재산권을 행사하는 마음을 갖길 바라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