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현 청주시 공원녹지과

인류는 약 700만년 전부터 숲에서 수렵과 채취생활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문명생활을 시작한 것은 불과 5천년 전.

다시 말해 우리 인류는 역사의 99% 이상을 수렵과 채취생활을 하며 숲에서 살았고 문명생활을 시작한 것은 1%도 채 안 된다. 이에 ‘우리 인류는 사바나의 산물이며 숲이 인간의 고향’이라는 것이 사토시 교수가 주장하는 ‘사바나 이론’의 핵심이다.

사바나 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역사의 대부분을 숲과 함께 했기 때문에 현재 인류의 유전설계 역시 숲 생활에 맞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숲과 단절돼 각박한 도심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각종 육체적·정신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도시숲이란 보건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해 도시에 조성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도시민이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연환경 중 하나이다.

도시숲은 한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완화하고(25년생 버즘나무 한 그루는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한 효과), 폭 10m, 너비 30m인 수림대는 소음을 7dB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느티나무 한 그루는 1년간 성인 7명의 연간 필요한 산소량에 해당하는 1.8t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15분간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농도가 15.8% 낮아지고 혈압도 2.1% 낮아진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는 도시숲은 자연과 단절돼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마음의 안식을 잃어가는 도시민들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현재 청주시 주민 1인당 조성된 공원면적은 4.8㎡이다. 이는 선진국 도시(토론토 30.3㎡, 베를린 24.5㎡)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기준(9㎡)은 물론 전국 평균 공원조성 면적(8.8㎡)에도, 법에서 정한 기준(6㎡)에도 미달되는 실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비례의 원칙(행정 목적과 그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에 위반돼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0년 7월이 되면 도시계획시설 결정일로부터 20년 경과 시 자동으로 해제되는 일몰제가 시행된다.

또한 지난 1월부터는 토지소유자가 도시관리계획 입안권자에게 시설 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 해제신청제가 시행 중이다. 공원시설이 해제된다면 난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당장 청주시 예산으로 공원을 조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이다.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이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 2(도시공원 부지에서의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에 근거한 사업으로, 5만㎡ 이상의 도시공원을 민간공원추진자가 공원부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주거·상업·녹지지역에 허용되는 시설을 할 수 있는 특례제도이다.

민간공원개발을 통해 장기미집행 공원의 토지소유자의 재산권문제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자연친화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해 각종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청주시가 100만 행복도시로 나아가는 데 시너지효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몰제의 시계는 오늘도 흘러간다. 일몰제가 다가올수록 도심의 숲은 하나 둘 멀어져간다. 이대로 일몰제를 두고만 본다면 훗날 우리가 마주할 도심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가족, 우리 후손, 그리고 청주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일몰제를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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