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우리는 두 AI에 휘말려 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AI를 검색해보면 가장 위에 검색되는 것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사이트이다. 최신 뉴스도 충북, 전남 지역에 AI와 구제역 감염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과 20~30년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가축질병이 이제는 겨울철이면 의례적인 행사처럼 되어버렸다.

정부당국은 이 AI의 원인을 철새에서 찾고 있다. 철새에 묻어 날아온 AI 바이러스가 국내 조류 사육장에 영향을 주었고, 철새가 이동하는 경로에서는 겨울철 사육을 일시적으로 제한하자는 대책까지 나오고 있다. 가축을 사육할 때 이제는 철새의 이동경로까지 예측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할 판이다. 언젠가는 철새의 입국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철새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철새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아마도 “난 너희 인간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또 아주 먼 할아버지 때부터 있어 왔거든!”라고 할 것 같다.

또 다른 차원의 AI가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운전이 필요 없고, 가장 가깝고 빠른 길로 목적지까지 인도하며, 도로에서도 막힘이 없어질 것이라는 부푼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 미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 와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AI에 기반한 제4차 산업혁명을 기대하고, 이를 선점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려는 움직임들이 언론에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요즘의 기술발달은 선형이 아니라 지수곡선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이다.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외부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장시간 사용하면 피로가 쌓이며, 하루에 몇 시간은 쉬어 주어야 하는 인간의 두뇌는 AI와 비교해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부속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알파고처럼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세상을 지배할 때 그들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게 될까?

두 AI, 조류인플루엔자와 인공지능은 아주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공존하고 있다. AI(인공지능)는 AI(조류인플루엔자)를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 인간처럼 철새가 원인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진짜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제거할 것인가? 아마도 AI(인공지능)의 사고능력은 인간이 상상한 그 이상이 될 것이며, 판단과 결정의 기준을 인간이 아닌 더 크고 이상적인 것에 둘 것이다.

그 기준은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생명체의 모체가 되는 지구(Gaia)의 지속가능성이 될 것이며, 그 시대에서 인간은 AI(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철새의 신세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때는 철새(인간)를 피하지 않고 차단하거나 선별하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을 제거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이것이 스티븐 호킹과 빌 게이츠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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