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청주 흥덕署 정보계장

유령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경찰은 집회신고를 하고도 실제로 집회를 하지 않는 소위 유령집회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집시법을 개정한 이유와 내용은 집회를 개최하지 않을 경우 집회 24시간 전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집회 선점을 막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개정 집시법이 시행되면 집회 신고를 선점했다는 것을 핑계로 정당한 집회 개최를 막는 행위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령집회는 다른 단체의 집회를 방해하려고 장소와 시간을 선점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동안 사측은 노조 보다 노조는 사측 보다 먼저 집회를 신고하기 위해 심야에 경찰서를 방문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아 왔다

실제 경찰에 신고 되는 집회 95%가 실제로 열리지 않는 유령집회일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업체는 1년 내내 집회 신고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유령집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집회를 갈등 해결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과 함께 나와 반대되는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인식의 결과로 생각된다.

유령집회가 만연하게 되면 정상적인 권리 주장이 제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은 결국 자신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집시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찰에서는 그동안 관행처럼 묵인해왔던 장소선점을 위한 유령집회에 대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측과 노동단체 등에서 낯설은 경찰의 유령집회 대응에 대해 과도한 개입이라는 불만을 표시하며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집회·시위 주최자들도 무분별한 집회 신고로 인한 폐해와 권리 침해에 대해 인식해야 할 때이다. 현재와 같이 집회·시위 주최자들이 “나중에 처벌을 받겠다”, “우리의 권리 실현이 먼저다”는 이유로 집회신고를 남발한다면 경찰과의 마찰을 피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사회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소통’이다. 집회·시위도 결국 집회 상대방과의 소통의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반대측을 압박하기 위한 집회 신고와 집회를 막기 위한 유령집회가 반복되는 것은 사회적 낭비뿐만 아니라 소통의 부재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집회 관행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그동안의 시위 문화가 완전히 변화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집회를 선점하기 위해 쫓고 쫓기는 해프닝이 줄어 들 것이며, 집회와 관련한 편법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유령집회 금지는 작은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집회 시위 문화 변화라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이 집회시위 문화를 개선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집회 주최측도 시위로 발생할 수 있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권리를 주장하는 성숙한 집회·시위가 시민들에게 더 큰 울림과 소통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양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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