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예전에 우리나라는 어느 고장이나 작은 옹달샘을 비롯해 옻샘과, 냉·온천이 전국에 즐비했다. 물맛이 좋아 마시는 물 외에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목욕물로도 많이 활용했다. 특히 청주 초정약수는 예로부터 널리 알려져 왔으며, 그 효험이 우수하여 감로(甘露)에 비하기도 했다.

감로란 하늘에서 내린다는 단맛의 이슬로 만물을 길러주는 생명수이다. 사람에게는 불사약(不死藥)으로 고대 인도와 중국에서 전래됐으며, 도교에서는 신들이 마시는 물로 그 맛이 꿀과 같다고 하여 감로라 불리어졌다.

사람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체내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을 살펴보면, 정신은 기(氣)에서 육신은 물(水)에서 발생하는 이원적 차원을 가진다. 정신작용은 혈액의 질량에 정비례하기 때문에 혈액이 정신의 모체가 된다. 그리하여 우주의 생명은 물과 불인데, 이 물의 정(精)과 불의 신(神)이 합하면 영(靈)이 이루어진다. 이어 태양의 기(氣)는 신(神)으로 변하고 땅속의 정(精)은 태양의 신(神)과 자정에 만나서 영(靈)이 되는데, 이 때 감로의 기운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동국천품’에 수록된 우리나라의 감로와 관련 있는 유명약수 열 번째 소개는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의 명천으로는 평안도 천마산 영덕사 샘(靈德泉), 삼방약수, 지리산 장터목의 산희샘, 세석고원의 음양수, 덕평봉의 선비샘, 함경북도 북청· 홍원 사이의 영기봉(靈氣峰) 향파암의 감로천을 꼽고 중국의 명천으로는 금산사 감로천이 유명하다.

함경남도 홍원군(洪原郡) 북쪽 80리 영기봉(靈奇峯) 산 정상에 영천(靈泉)이 있다. 사면이 암벽으로 우물과 같다. 향파산(香坡山: 옛날에는 妙峯山이라 했다) 속에 향파암이란 절터에 샘이 있는데 감로(甘露)라 한다. 일찍이 물이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맑고 깨끗해 찌꺼기가 없는데 잎사귀가 떨어져 이것에서 걸러졌다.

경북 문경시(聞慶市) 점촌동 신기리 틀모산 밑과, 문경읍 마원리 소둔산(所屯山) 밑, 그리마성면 정리(井谷里) 3곳에는 매일 정기적으로 물이 솟아오르며 용출량이 변하는 간헐천(間歇泉)인 조천(潮泉)이 있다. 조천(潮泉: 미무리), 수추(水推:물미리)이란 물이 양이 음력에 따라 주기적으로 용출되는 수량을 달리하기 때문에 붙혀진 이름이다.

‘문경현지’에 의하면 조천은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현의 남쪽에서 5리 있는 정곡리에서 흙구덩이에서 발원해 매일 3번 뿜어 마을입구(洞口)로 흘러 소야천(所耶川)으로 들어간다. 또 한 곳은 현의 남쪽 소둔산(所屯山)에 있는데 바위 속에서 발원하여 매일 아침과 저녁 때 3리에 걸쳐 물에 잠겨 물미리(水推:주기적으로 용출되는 수량을 달리하기 때문에 붙혀진 이름)라 했는데 현재는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조천은  점촌동 신기리 틀모산 밑에 있는데 석회 동굴에서 다량의 수량이 간헐적으로 용출(湧出)되며 저수지(약 100평)에 괴어 전답의 관개수로 이용되고 있다. 이 석회동굴(石灰洞窟)의 깊이는 알 수 없이 깊고 안에는 물이 괴여 있어 들어갈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정수기가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해 위생적이라고 하지만, 천연 자원인 지하수와 약수(藥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난날 마을 어귀마다 아낙네들의 정보센터였던 우물마저 도시 개발과 주거환경 변화로 거의 사라지고 있어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복원하기도 했다. 천혜(天惠)의 보고(寶庫) 초정약수도 점차 그 용출량이 감소되고 있어, 약수가 더 고갈되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 보존해 감로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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