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 이야기]명품과 명인
[죽전 이야기]명품과 명인
  • 충청매일
  • 승인 2017.02.0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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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철 아동문학가

퇴근하는 아들의 손에는 조그마한 상자가 들려있다. “아버지, 일 년 전에 맡긴 손목시계가 이제야 수리를 모두 마치고 돌아왔네요.“ “아들아! 고맙다. 어디 보자. 정말 잘 고쳤구나. 시계 줄도 내 손목에 꼭 맞고.” 나는 시계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감격했다.

수리 되어 온 손목시계는 아내가 결혼선물로 사준 시계다. 그 당시는 너무 고가라 한참이나 망설이고 있을 때 아내는 과감하게 내 손목에 채워 주었다. 결혼 초에는 시계 줄이 너무 길어 두 칸 정도를 줄여서 차고 다녔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체중이 불어 시계 줄을 늘려야 하는데 빼어 놓았던 시계 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아내와 함께 있을 만한 곳을 모두 찾아보았지만 우리 집 어디에도 시계 줄은 없었다. 할 수없이 시계를 구입한 곳을 찾아가 부탁을 해 보았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제가 알아보니 이 시계는 그 당시 많이 만든 제품이 아닙니다. 꼭 차고 싶으면 다른 시계 줄을 사용하시던지 아니면 선생님께서 살을 빼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 상으로 받은 시계가 있어 그걸 차고 다니다 보니 결혼시계는 장 속에 고이 간직하게 됐다. 지난해 딸아이 결혼준비를 하며 장롱 속의 시계가 생각나 혹시 하고 차 보았으나 역시 손목이 아프다. “여보, 당신이 살을 많이 뺀 것은 사실이나 그 시계를 차고 다닐 때처럼 되려면 아마 10kg는 더 빼야 될 걸요.”

그 때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들이 시계를 고쳐주겠고 한다. “아버지, 일 전에 잡지에 보았는데요. 모든 시계를 수리할 수 있는 명인이 우리나라에 있어요. 그 분은 시계에 관한한 수리를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다음 날 시계를 잘 포장해 명인에게 보냈다.

수리한 시계 옆에는 볼펜으로 직접 쓴 메모지가 있었다. “이 제품은 스위스에서 만든 시계로 수량이 많지 않은 시계며 방수와 방충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용하실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같은 시계 줄을 구해 보려고 노력을 했으나 구할 수가 없어 부득이 제가 한 칸을 똑같은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사용하시다 불편하신 점이 있으면 다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요사이 잘 때를 제외하고는 꼭 시계를 차고 다닌다. 남들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면 편리한데 굳이 시계를 차고 다니느냐고 하지만 나는 이 시계가 더 편하다. 지금도 시계를 찰 때 마다 아내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좀 속물 기질이지만 처음 명품을 가졌다는 뿌듯함이 그 때나 지금이나 내 몸 어디에선가 꿈틀거린다. 또 시계를 차고 있으면 시계 역시 내 몸의 체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꼭 나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내 자신도 명품이 되었으면 더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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