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주서부지사장

올해로 불혹의 나이를 맞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칭찬 할 만큼 세계에서 부러워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우수한 제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시행 시 만들어진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골격은 공단에 제기되는 민원만 매년 7천만건이 초과할 만큼 너무 복잡하고 현실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 재산, 자동차로 경제활동참가율과 평가소득을 매겨 보험료를 산정함으로써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소득이 없음에도 매월 4만8천원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부과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23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부과체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3년씩 3단계로 나눠서 지역가입자의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1만3천100원의 최저 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낮추고, 고소득층에게는 소득수준에 맞는 보험료를 적정하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지역가입자 중 저소득층 전체가 되는 지역가입자의 77% 583만 세대가 보험료 인하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는 직장가입자 중 봉급 이외에 이자, 금융소득 등이 연간 7천2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에 별도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지만, 개편안에서는 1단계로 3천400만원, 2단계에서는 2천700만원, 3단계에서는 2천만원을 넘는 전체 직장가입자의 약 2%가 추가로 보험료를 더 납부해야 한다. 또한, 수억원의 재산과 월 수백만원의 연금소득을 받고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던 납부능력이 충분한 피부양자를 단계적으로 줄여 지역가입자로 전환토록 보험료 부과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였다.

한편, 2014년 기준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 파악률이 93.4%에 달하는데,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은 72.8%로 소득자료나 과세자료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서 건강보험공단 전체 지역가입자 757만 가구 가운데 50%는 공단에 연 소득이 ‘0원’이라고 신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현재와 같이 저조한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따라서, 평가소득을 우선 폐지하고 재산보험료 부과 축소와 자동차 보험료 부과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소득에 대한 부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국민들로부터 보험료를 걷는 기준으로서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며 민감한 문제이다. 이번 부과체계 개편안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저소득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고, 고소득자에게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성공적인 제도로 안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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