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증도가자는 처음 거론될 때부터 그 출처가 불분명하여 진위 문제가 예상되었던 대로 문화재청에서조차 결론을 내지 못하자, 그 방책으로 국민에게 공개검증과 설명회를 여는 어처구니없는 문화행정을 펴고 있다. 우선 그 연구진부터 어떤 기준으로 선발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증도가자 위작을 주장했던 학자들이 배제된 사실에서도 편중(偏重)된 것이 아닌가 한다.

증도가자 검증은 처음부터 서체가 달라 위작일 가능성을 제기했던 이상주 교수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분들이 연구진에 참여하지 못한 예가 그 단면의 하나이다.

처음 발표될 때만 해도 거의 수작업 상태로 분석하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문화재청 등 국가기관과 대학에서 최첨단 기법을 적용해 분석했으나 역시 막대한 국가예산만 낭비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각 기관 간에 그 검증 의문성에 대해 설왕설래 했다. 증도가자 진위는 결말을 내기 힘들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기됐다. 출처에 대한 불분명함은 물론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국내에선 손꼽을 정도라서 검증을 담당했던 교수가 용역을 맡은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 증도가자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과학적 분석에 대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진품이라는 확증이 없는 상황이다.

증도가자의 서체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데, 현존하는 증도가자 번각 목판본을 기준으로 증도가자 101점이 모두 이 책의 활자라고 단정하는 것은 억지라 할 수 있다. 활자의 서체가 동일한 경우 그 활자로 찍은 진품 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지의 경우는 활자로 찍은 책은 있지만 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같은 책을 찍은 활자라면 물론 여러 번 활자를 주조할 수도 있지만 단 한 권의 책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주조를 하기 때문에 활자의 성분이 모두 같아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이 증도가자의 진위는 오늘날 기술도 확인을 하지 못한다면 훗날의 과제로 남겨 두어야 한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은 국가예산과 국민을 더 이상 사적인 명예와 부를 축적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는 처음부터 이 활자를 소유했거나 입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극소수의 전문가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면 즉시 거두어 들여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유물을 가지고 학자들의 분열을 조장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발표된 결과를 보면 서체 뿐만 아니라 증도자가 전체의 활자 중 먹의 성분을 알 수 있는 활자가 지난 번 분석 때 사용하여 먹 성분을 채취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는 먹성분에 대한 분석을 이미 완료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검증을 앞두고 먹이 묻은 활자가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것은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을 수도 있다.         

문화재청은 이제 어떤 방법이든 결론을 내야하는데 신중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역사를 오도하거나 우리의 학문 수준을 저락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여기에 참여한 전문위원들은 다시 한 번 엄중히 고증하고, 활자 소유자는 그 출처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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