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학 교수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교수신문은 변함없이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지난 12월 20일 ‘2016년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해 발표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백성을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고 군주는 한 낱 일엽편주에 지나치지 않으니 강물을 거스르면 성난 파도를 만나 언제라도 전복될 수 있다는 뜻이 담겨진 사자성어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사자성어의 뜻을 올바로 이해하고 진정으로 책임을 지려는 모습보다는 하나같이 네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모습들만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인들은 자신들은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다가올 대선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고 사건과 관련된 증인들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집단이라고 하는 교수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고심해 발표하는 사자성어의 의미가 퇴색되기 일쑤이다. 사실 정권말기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힘이 되고 왠지 소망이 움트는 사자성어가 선정되면 얼마나 좋을까.

발표된 교훈적인 사자성어에 관심을 보이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던 현 시국으로 볼 때 조기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만큼은 누가 대통령이 되던 중요한 것은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를 가슴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온갖 좋은 말로 공약을 하고 국민들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낮은 자세로 일관하다가 대통령만 되고나면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왕적 모습으로 돌변해 버리는 지금까지의 모습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백성에게 군림했던 군주들은 반드시 비참한 말로를 맞아왔음을 알 수 있다. 2016년에 빚어졌던 초유의 국정 농단사태는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참으로 땅이 꺼지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각자가 내 탓이라는 생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돌아보는 기회를 삼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는 이 땅에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태어나야 한다. 국민은 지도자를 신뢰하고 지도자는 국민을 두려워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오직 국민들을 위해 낮은 자세로 활용하는 새로운 정치 풍토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은 군림보다는 섬기는 리더십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새해를 맞았는데도 왠지 마음이 그리 상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 역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발표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사자성어는 그 당시 시대정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는 현재의 난국을 지혜롭게 마무리하고 새롭게 지도자로 나설 사람들과 국민 모두가 2017년을 맞으며 다시 한 번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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