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彈劾) 가결되어 헌법재판소의 심판까지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촛불 함성(喊聲)은 줄어들 줄 모른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발휘하는 영향력에는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시 했다. 누가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민의(民意)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통치자의 능력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 세 분의 여왕 이후, 수백 년이 흘러 ‘여왕에 버금가는’ 대통령이 탄생했다. 오늘날 대통령은 왕조시대의 세습 여왕과는 달리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그 등극(登極) 과정부터 다르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마치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처럼 스스로를 여왕으로 착각하는 듯한 행보(行步)를 보여 왔다. 주로 구중궁궐 청와대 관저에서 생활하면서 시녀(侍女) 무당 최순실에게 현혹되어 국정을 농단(壟斷)케 하고 본인은 몸치장에만 몰두한 여왕이었던 셈이다. 봉건시대 왕들은 왕비는 물론 세자와도 겸상을 하지 않는 등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표현했는데, 박대통령은 관저에서 평상시는 물론고 긴박한 세월호 사건시에도 홀로 식사를 했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에서 나온 것인 아닌가 한다. 

박 대통령의 잘못은 진성여왕과 닮은 데가 많다. 진성여왕은 삼촌에게 국정을 맡겼지만 백성들이 모르는 ‘비선 실세’를 쓰지 않았지만 말년에는 연인이자 삼촌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이같은 사례는 고려시대에 들어와 정권을 잡았던 천추태후가 연인 김치양과 합작해 자신의 아들인 목종을 꼭두각시로 만들다가 파멸한 사상 최대의 게이트이다. 또한 대한제국 때 명성황후도 무당 진령군에 의해 국정을 판가름했던 것을 박대통령이 이어 받은 셈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자진해서 퇴진하던가 헌재의 판결에 따르거나 양단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 치적에 대한 평가는 역사학자도 아니요 바로 국민들이 평가한다. 그러기에 국민과의 혼전계약을 어기고 최순실과 뷸륜을 저지르며 권력을 사유화한 점이 분명해 이혼 수속을 밟아야 할 때에 이른 것 같다.

조선시대만 해도 임금이 선위(禪位)를 하겠다하면 세자와 신하들은 이유불문하고 극구 말리는 예를 갖추었다. 자칫 왕의 속마음을 모르고 잘못 대처했다가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조선시대 태종과 영조 임금이 자주 이 방법을 통해 신하들의 충성도를 파악했다.   

대통령 자신이나 청와대 그 측근들은 특히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해명조차 꺼리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를 함구하니까 온갖 입에 담기도 민망한 억측과 유언비어가 난무(亂舞)하는데 과연 그 시간 무엇을 했는지 진실을 밝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옛날 임금이 머물렀던 임시 궁궐은 행궁이라 했고, 잠시 머무르던 곳에는 주왕(駐王)이라 하여 마을 이름이 생겨 자랑스럽게 여겼다. 오늘날도 대통령이 다녀 간 곳은 옛날과 개념이 다르긴 해도 대통령마케팅으로 고장 홍보나 상업적 이벤트로도 활용했는데, 촛불시위와 탄핵정국에 따라 모두 대통령 흔적 없애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이다.

박 대통령은 하찮은 아낙내와 같은 비선실세와 환관(宦官) 문고리 3인방에 의해 꼭두각시가 된 대통령(代統領)이 되지 말고 진성여왕처럼 실정(失政)을 인정하고 진퇴를 분명하게 하여 역사에서 통치력 부재의 정치리더로 낙인(烙印) 찍히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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