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에게서 소식이 온다. SNS의 영향 때문인지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게 됐는지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반가움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안부를 물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2016년도 이제 보름이 채 남아있지 않다. 한해가 마무리될 즈음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살아왔다기보다는 살아 낸 시간을 마주해야해서일까? 점차 소멸해간다는 느낌 때문일까? 사실 소멸해가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의 본령일 텐데 소멸해가고 있다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딱히 드러나는 이유 없이 찾아오는 쓸쓸함을 감출 수 없는 요즈음이다.

올 한해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나누고 살았는가? 새해에 나에게 다짐했던 것을 얼마만큼 실행했는가?

올 초에 나는 세가지를 계획했었다. 그 중 첫 번째는 ‘더 많이 사랑하자’였다. 오래전 상실감을 경험하면서 ‘절대 죽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것 중에는 대상과의 분리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내가 소중하게 여긴 것들과의 이별, 특히 나의 소속이라고 느끼고 나누었던 사람들이 내게서 등을 돌리거나,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 상실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두려운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나는 마음의 거리 두기를 시도해 왔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더 사랑하는 것이 그 분리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결코 죽지 않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내가 행한 그 사랑이 추억으로 남아 빛으로 그 대상과 연결되면 그것은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라는 것이며, 살아갈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번째 시도는 ‘덜 먹고 더 걷자’였다. 나이가 들수록 덜 먹기는 힘들다. 미각은 이미 최고의 성숙을 자랑하기에 먹을 자리도 많고, 맛있는 것들도 많은 세상이기에, 만남의 자리는 식사자리거나 음주 자리가 대부분이다. 먹은 만큼 몸을 움직여줘야 하는데 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좀 더 편안한 것을 찾다 보니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했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았다. 될 수 있으면 차를 운전하지 않고 걸어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걸어서 출근, 걸어서 퇴근을 계획했고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세 번째 시도는 ‘안 해보는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나중에 하지’로 미루어 두었던 것, 그 중 하나를 배우는 것이었다. 새해가 오자마자 평생교육원에 배우고 싶었던 과목을 수강 신청했었다. 그러나 한학기도 채 하지 못하고 도중에 하차해야 했다. 일정에 밀리기도 했고, 저녁 시간이라 체력에 밀려 도중에 접어야 했다. 새해에는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제, 한 해 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려한다. 그리고 곁들여 편지를 쓰려한다. 내가 소망한 것들과 나는 어떤 방식으로 만났는지, 한 해 동안 나는 누구를 얼마만큼 생각하고 사랑했는지, 내가 주었던 마음만큼 더 받을 수 없어서 속상하지는 않았는지, 계획했던 일들이 잘 안되어 실망하고 좌절한 것에 대해 진심의 위로를 했는지, 그리고 새롭게 나의 일상에 등장한 사람들을 보려 한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2016년 남은 시간 동안 고맙고 그리운 사람들과 차 한 잔을 나누려한다. 기분 좋게 정성스러운 자리를 준비해 초대하는 일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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