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충북작가회의 회장

독도 가는 길이 녹록치 않았다. 남쪽으로 마라도, 서쪽으로 외연도, 북쪽으로 북한·중국·러시아 삼국의 접경지에서 두만강 끝을 보았다. 그런데 동쪽 끝인 독도를 이제껏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 땅 동쪽 끝인 독도를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렇지만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심을 하고 한 달 전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청주→충주→제천→영월→정선→동해→묵호→울릉도까지 자동차와 배로 1박 2일 만에 도착했다. 요즘 세상에 이틀이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웬만한 곳은 갈 수 있다. 그런데 이틀 만에 울릉도까지 왔는데 우리 땅 끝인 독도를 보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을 더 가야한단다. 그런데 울릉도 여객터미널에서 독도행 배편을 알아보니 오후부터 바람이 불어 배가 뜰 수 없단다. 본래 계획은 첫날 동쪽 끝 독도까지 다녀온 후 이튿날부터는 울릉도 일대를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깟 바람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세운 촘촘한 나의 계획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바다를 봐도 그다지 파고가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섬사람들이 너무 몸을 사린다고 생각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배가 뜨지 않는다니 바다를 걸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셔틀버스를 예약해 육로로 울릉도 일주를 시작했다.

울릉도 풍광은 신선했다. 매일처럼 산과 들판에 익숙해 있던 육지 사람에게 지평선 끝까지 아른아른하게 펼쳐지는 쪽빛 바다와 기암괴석은 이틀간의 힘겨웠던 기억들을 일시에 날려버렸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섬사람들이 육지 사람들을 하루라도 더 붙잡아놓고 돈벌이를 하려고 그러는가보다고 억지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헛생각은 곧바로 깨어졌다.

저녁나절부터 바람이 거세지더니 쇳소리를 내며 비수처럼 날아다녔다. 하늘이 새까맣게 변하며 비를 쏟아 부었다. 도로는 금세 도랑으로 변하며 물바다가 되었다. 그 너른 바다도 흘러내린 흙탕물로 순식간에 벌겋게 변했다. 그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잦고, 비가 그치기를 방안에서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며칠을 섬에 갇혀있다 보니 독도고 나발이고 어서 섬을 빠져나가 육지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흘 만에 독도행 배가 뜬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 또 오게 될는지 모를 일인데 온 김에 독도 구경을 하고 가자는 생각이 앞섰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카드도 샀다. 그리고 드디어 배에 올랐다. 하늘도 쾌청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문제는 제일 중요한 바닷길이었다. 포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배는 요동질을 쳤다. 마치 바이킹을 타는 것 같았다. 독도로 가는 배안에는 참상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위생봉투를 입에 댄 채 토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요동질은 심해지고 화장실 문고리에 매달린 사람, 뱃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이 사방에서 토악질을 해댔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었을까 누군가가 독도가 보인다고 했다. 그러고도 배는 한참을 더 달려 독도 선착장에 접안을 했다.

동쪽 끝 독도를 가는데 닷새가 걸렸다. 그렇게 벼르고 별러 간 독도인데 뒤집힌 속 때문에 우리 땅 끝이라는 진한 감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우리 땅 끝을 지키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일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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