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니 머리가 시리다. 10여 년 전부터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을 위하여 나름대로 많은 공을 들였다. 여러 가지 민간요법도 해보고, 대학병원 피부과도 가서 약도 먹고 바르고 해서 그런대로 치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역시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는지 올 여름부터 머리 정수리부터 머리카락이 또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휑하다. 소위 속 알머리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여보, 내가 어렵게 구해서 준 머리 약은 왜 안 발라요? 밤에 뿌리기만하고 주무시면 되는 것을…  남들은 없어서 못 바른다는데 구해다 주어도 안 바르시니.” 내가 손거울을 머리에 비추며 그 동안 얼마나 머리털이 빠졌나 살피려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옆에서 꼭 한 마디 한다. “여보 그 민간요법은 효능이 없다고 인터넷에 떴소. 나도 생각이 있어서 안 바르지 왜 안 바르겠소.” “아이고 그런 소리마세요. 000 권사가 그러는데 자기 남편은 이것을 바르고 많이 났다고 자랑까지 하던데요, 당신은 처음부터 민간요법 효능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계시니 효과가 안 나타나는 거라고요.”

한옥에서 살 때이다. 어머니께서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시면 부엌 불부터 지피셨다. 아궁이에 불이 들어가면 우선 아궁이 앞에 걸려 있는 가마솥에 있는 물이 데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좀 있으면 아랫목부터 구들이 뜨거워져 차가운 방이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께서는 ‘달그락 달그락’ 거리시며 아침밥을 준비하시다 방으로 들어오시면 수건을 찾아 머리에 쓰시며 “추위가 매서우니 불앞에 있어도 머리가 다 시리네”하신다.

그 때야 어리기도 했고 부모님께서 늦둥이 어떻게 될까봐 머리부터 발끝까지 솜으로 또 털로 감싸주셨으니 머리가 시리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대신 어머님의 머리카락은 막둥이를 위하여 날마다 짐을 머리에 이고 다니셨으니 점점 더 빠졌으리라. 지금도 부지깽이 들고 아궁이 앞에서 하얀 수건으로 머리를 두르신 어머님의 모습이 선하다.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오니 몸이 으슬으슬하며 갑자기 연거푸 재취기가 나온다. “여보 아무래도 감기 증세가 있는 것 같소. 쌍화탕이라도 한 병 먹어야겠소.”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이제는 새벽바람이 차요. 꼭 모자를 쓰세요. 우리 몸의 열이 대부분 머리와 목을 통하여 발산된다고 해요. 더구나 당신은 머리카락이 빠져 보온 효과가 없는데 그냥 다니면 감기에 걸리죠. 그리고 목도리도 꼭 하세요. 당신은 자꾸 당신이 청년인 줄 아는데 그것은 착각이에요. 당신은 이제 환갑 지난 할아버지라고요.”

“여보, 그런 소리 마시오. 머리카락 조금 없다고 해서 금방 감기 걸리고, 면역력 없는 노인으로 취급하면 내가 섭섭하오. 헬스장에서 잽싸게 뛰는 모습이나 역기 드는 모습을 보아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당신도 알 것이오. 내가 머리가 시린 것은 나이 탓도 아니고, 추워진 날씨 탓이 아니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서 시린 것이라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속단하지 마시오.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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