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리 청주시 오창호수도서관

첫 월급이 들어왔다.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다.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첫 직장에 첫발을 내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낯선 환경, 낯선 출근길이 발에 좀 익을까 싶은 즈음에 한 달이 지나갔다.

지난 20일 오창호수도서관 사무실에선 조촐한 신규직원 봉급 수여식이 있었다. 월급이 인터넷뱅킹으로 직접 송금되는 시대에 수여식이 웬 말이냐 싶지만, 감사하게도 팀장님께서 예쁘게 코팅해주신 월급명세서가 두툼한 봉투대신 마치 상장처럼 주어진 것이다. 어리바리했던 지난 한 달을 회상하니 ‘과연 내가 이 상을 받을만했던가'하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지만, 의혹을 뭉개고 상장을 받아드니 주변에서 예의상 쳐주시는 박수소리가 쑥스럽고 감사하다. 개근상조로 생각하기로 했다. 덕분에 계좌에 찍힌 숫자를 보며 시큰둥하게 잊혔을 월급날이 가슴속 작은 추억과 설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고 보니 대학시절에 거친 여러 아르바이트들의 월급날도 설레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돌이켜보면 통장에 한 달간의 노동이 잠깐 스미다 증발해갔던 것처럼 설렘도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감회가 좀 남다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번이 어엿한 직장에서 받는 첫 월급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무엇보다 급여의 주체가 바로 청주시민이기 때문이다. 다시 되새겨본다. 과연 나는 급여를 받을 만큼 청주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목민심서에는 백성들이 관리들에게 녹봉을 주며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그들이 백성의 삶을 책임지고, 근심을 해결해 주기 바라는 신뢰의 표현이라는 구절이 있다. 죄송스럽게도 이 신뢰에 부응하기에 나는 지금 많이 부족하다. 시민들의 문의전화 한 통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체계적인 일처리를 위한 여러 행정적 절차와 문법이 아직은 많이 낯설다.

그러나 또 이런 명언이 있다. ‘도서관에 들어온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나간다.' 세계 곳곳에 2천500여개관의 도서관을 건립했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남겼다는 말이다. 예쁘게 코팅된 월급명세서처럼 첫 출근의 다짐을 간직한 채, 도서관에 근무하며 지역사회에 일조하는 더 나은 공무원이 되고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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