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규호 오송첨단의료진흥재단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장

아버지의 시대는 경제 성장률이 1%가 증가할 때마다 10만명의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내 아들들이 자라는 사회는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이다. 건설업과 조선업이 아버지 세대에서 나라를 키운 산업이라면 전자 및 IT는 내가 자란 시대의 국가 산업이다.

내가 짊어지고 가는 사회는 나의 아들로 세대 교체될 것이고, 이들이 그러한 시기를 맞이했을 때의 국가 산업은 무엇일까? 기대와 활력있는 미래 산업을 물려주기 위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15년 후의 이들의 모습을 그려보자! 과연 이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그들의 자식들을 키우고 있을 것인지?

충북 오송에는 첨단 의료복합단지가 있다. 바이오헬스산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5년에 국가가 이 단지 조성을 결정했다.  2010년도에는 단지를 운영하고 입주 기관에 대한 지원 업무를 담당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하였다. 2013년 12월에는 재단 내에 연구개발을 지원하게 될 4개의 센터(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생산센터) 건설이 완료됐고, 2014년부터 연구원 채용 및 연구가 시작됐다. 4개의 센터기능은 바이오의약품 및 생체적합성 의료기기의 개발이다. 의약품이 기초연구에서부터 상업화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년, 의료기기는 의약품의 반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및 대학 연구소에서 기초연구를 시작해서 상업화까지 7~15년이라는 시간을 지속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기관으로부터 가능성이 있는 기초 연구물을 받아서 상업화까지 국가가 지원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4개 센터를 설립했다. 즉 국가의 연구비를 사용해서 국가가 인건비를 지급하는 4개 센터 연구원이 최적 후보물질 및 시제품을 만들어 주고 동물실험을 대신해 주며 대신 생산을 하고 임상시험까지 진행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바이오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이 촉진되고 이들 제품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생산·연구 시설이 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조성 목적이었다. 이런 모델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전략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계획에도 불구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적은 비용 투자 및 단기간의 성과에 매몰된 탓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은 단기 성과에 집중해 조바심을 내서 가능한 산업이 아니다.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고 전략적 투자에 의해서만 육성이 가능한 산업이다.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를 추월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등극한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은 청년 이건희 회장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1986년까지 누적 적자가 2천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규모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 처리됐다면 한국의 1년 예산에 맞먹는 매출의 삼성전자는 가능하지 않았다. 바이오헬스산업은 미래 유망산업이며 선진국들은 이미 정부·대기업 등의 주도하에 시장 선점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시간은 있다. 단지를 조성 하고자 했던 당초의 필요성에 맞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금부터라도 재정적·경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들은 먹거리를 이어 갈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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