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비온 뒤의 땅은 딱딱해진다. 그 딱딱한 땅에서 생명의 신비로움이 나온다. 조그만 씨앗이 땅에 묻혀 지내다가 비를 맞으며 습기를 먹고 햇빛을 받아 때가 되면 딱딱한 지표면을 뚫고 마침내 싹을 틔운다. 그러다 가물면 말라죽는 것도 있지만 끝까지 버티면서 자기 역량의 한계점에 다다라 자라지 못하면서 씨앗을 만들어 간다. 참나무도 가물면 오히려 도토리가 평년보다 더 많이 달린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도 그런데 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아 왔는가? 희망 있는 후대를 생각하여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일에 매진해 왔다. ‘생존의 인고’란 모습을 보여주면서 살아왔다.

요즈음은 어떤가? 먹고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는 안주(安住)의 문화열풍세대이다. 그러니 한류열풍을 일으켜 강남이란 지역이 세계의 구심점이 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 강남 스타일이 노래와 춤으로 시작하더니 외국관광객의 필수 코스이며 소위 성형수술 명문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부모세대의 쌓아올린 ‘생존의 인고 탑’에 기초공사를 더 다지기보다 기초석이 하나 둘 세월의 흐름 속에 무너져 가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정권 말기 비리가 국민의 신뢰를 더욱 무색케 한다. 무신정권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문민정부 들어와 깨끗한 정부로 믿어왔는데 대통령들이 바뀌면서 정권말기마다 친 인척 비리에 연루되어 국민의 신뢰가 마구 떨어져 옴을 보아왔다. 단단한 땅을 딛고 나온 싹들이 잘 자라도록 해 숫자는 적지만 크고 알찬 도토리가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단추를 끼워주었는데 아뿔사 항간의 유식한 할머니들의 말 ‘그게 그 놈여, 다 해쳐먹으니…’ 어쩌잔 말인가? 보통을 넘는 고도의 정치 생존방식이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사회 전체가 불신사회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철학과 구심점이 없는 국가의 행로가 걱정이 된다.

지나온 여러 사건 사고들 즉, 세월호 사건, 지하철 안전문제, 코레일, 대우조선 그리고 건설 이권에 따른 자살, 특히 봇물 터지듯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 등 나라의 문제점들이 점차 노출되어 극한의 처방마저도 어렵게 되어가는 판국이다.

자기영달 및 당권에 연연하여 말만 앞세우는 정치지도자들! 인기몰이의 ‘나몰라’ 하는 식의 방관자적 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가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나 관료 정치인 모두가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대책을 세우고 걱정하는 자세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의 녹을 먹고 일하는 지도자들! 한류열풍과 수출 강국의 기치아래 경제를 이끌어갈 기술혁신의 지름길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헌정의 질서를 깨지 않도록 하며 ‘통치력 누수 현상’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라는 한사람의 인간이 얼마나 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데 공헌하고 있느냐를 끊임없이 자문하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일을 찾아 매일매일 착실히 실행해나가야 한다. 어렴풋이 백범 김구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는 것을 시간 속에 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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