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엽 충북북부보훈지청 홍보담당

‘당신은 알지도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을 위해 희생해 본 적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은 잠시 머뭇거리며 ‘아니오’라고 답하거나 대답을 주저할 것이다.

희생은 사전적 의미로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이나 가진 것 등을 바치거나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희생은 대부분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 등 매우 가까운 사이에서만 드물게 일어난다. 알지도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이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희생했다. 알지도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는 우리를 위해 참전유공자? 아니다. 바로 UN참전용사들이다. 모두가 알 듯이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하고 우리나라는 화력의 열세 속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고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유엔군이 참전했다. 본래 UN은 국제연합이라 군대를 보유하지 않지만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대를 결성해 우리나라에 파견했다.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16개국이 전투병을 파병했고, 5개국이 의료지원을 했으며, 총 21개국에서 연인원 195만7616명이 유엔군으로서 우리나라를 도와주었다.

이 중에서 3만7천902명은 전사했고, 10만3천460명은 부상, 3천950명은 실종됐다. 이외에도 5천817명이 포로가 됐으며 이 수를 모두 합하면 15만1천129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가장 빨리, 가장 많은 병력을 지원했는데 178만 9천명을 파병해 유엔군 참전병력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3만7천여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이름도 낯선 우리 땅에서 전사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11월 11일은 그분들을 기억하는 ‘Turn Toward Busan' 행사가 있는 날이다. ‘Turn Toward Busan'은 캐나다 출신 6·25전쟁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가 2007년에 제안했고, 그해 11월 11일 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4개국이 함께 부산 현지 시간에 맞춰 한국전 참전 전사자들이 안장돼 있는 부산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동시에 묵념과 추모행사를 개최하며 시작됐다. 오늘의 우리나라는 유엔참전국 등 수많은 국가의 지원과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공헌과 희생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우리에게 안겨준 분들에게 감사함이 마땅할 것이다. 올해도 11월 11일 11시에 유엔참전용사와 유족이 참여해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 해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릴 예정이다. 삶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어놓으신 분들을 위해 삶의 극히 일부인 1분만 희생해 그분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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