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선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조선 최고의 재상은 사팔눈? 임진왜란 최고 영웅은 중국인? 사도세자를 그리워한 ‘역적의 아들’ 정조의 얼굴은?

박문수가 실제로는 암행어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을 것이다. 퇴계 이황을 떠올렸을 때 연상하는 1천원권 지폐 속 이황이 작가의 상상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는 상식처럼 여겨지던 역사적 사실들을 ‘초상화’를 근거로 교과서에 없는 흥미로운 역사를 살펴보고, 초상화가 현전하지 않는 위인들의 얼굴을 추적해보는 책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넓혀준다.

조선은 ‘초상화의 나라’라고 할 만큼 무수한 초상화가 제작됐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생전에 공신으로 봉해졌을 때 이를 기념해 제작했지만 많은 경우 해당 인물이 사망한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렸다. 임금은 공신들을 위한 논공행상의 하나로 자신의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어진화사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명해 하사했다. 공신에게는 벼슬과 토지, 노비 등도 내려지지만 초상화를 하사 받는 것을 가장 명예롭게 여겼다.

조선은 중국의 일호불사 편시타인(一毫不似 便時他人·터럭 한 올이라도 같지 않다면 곧 다른 사람이다)의 화풍을 계승해 초상화를 그리는데 있어‘극사실주의’를 추구했다.

또한 후손들은 조상의 영정을 실제 조상과 동일시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모셨기 때문에 무수한 전란을 거치면서도 다행스럽게 많은 수의 초상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

이 책은 ‘다른 각도로 보는 초상화’, ‘임금의 얼굴, 어진’, ‘시대와 위인을 담은 초상화’, ‘얼굴 없는 위인들’, ‘조선의 아웃사이더’, ‘화폭에 담긴 여인들’, ‘초상화 속 숨은 역사 찾기’, ‘거장들의 숨겨진 얼굴’ 등 총 8개의 카테고리로 공개된 초상화, 그리고 공개되지 않았던 초상화를 총망라하며 위인들의 실제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분석한다.

초상화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역사와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책을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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