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충북학연구소 소장

▲ 역사문화를 지렛대 삼아 디지털 등 다양한 현대문화와 접목해 21세기에 걸 맞는 충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규원 충북학연구소 소장.     오진영기자

 

제주 등 타 지역 사례에 비해 보완할 점 많아

예산·인력 부족으로 열정만큼 성과 못내

지자체 관심·특수성 따라 지역 정체성 정립

충북학의 발전, 도민 행복지수와 관련 있어

 

충북학, 가장 충북스러운 의미·재미 겸비돼야

주민·문화예술인 참여하는 콘텐츠 개발해야

지역학,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 필요

충북의 문화, 충북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아직은,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반만년 역사와 함께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충북의 정체성을 찾아 이를 확립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충북학연구소의 사명인 셈이다. 그 수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규원 충북학연구소 소장(57)을 만났다.

김규원 소장은 지난해 1월 부임해 1년 6개월 동안 충북학연구소를 이끌며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충북학을 중요한 가치로 설정했다. 서강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사회통합연구가로서 충북학을 지역주민과 어떻게 연계시키며 소통하고 발전시키느냐를 고심하고 있다. 연구소가 지역주민과 충북학 간에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김규원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충북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연구소를 이끌어 가고 있는가.

“전반적으로 지역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많은 분야와 영역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충북학연구소도 양방향적 소통과 편재성, 편의성이라는 디지털문화의 특성을 감안해 지역의 전통과 인물에 대한 자긍심 제고는 물론 문화적 다양성과 시민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협업, 지역은 물론 보편적 가치의 공유 등을 효율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나누고 내재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학은 과거의 문헌이나 역사적 사실, 혹은 인물 중심의 연구에 머물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가야 한다. 충북학연구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타 지역이나 가까운 중국, 일본 등의 경우는 어떤가.

“한중일 포럼을 통해 보면 중국의 경우는 정부의 정책을 인민들에게 설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역사와 신화를 활용해 관광자원으로 연계시키는 것을 고민하는데, 한국의 지역학 연구와 비슷한 면이 있다. 서울학은 건축 등을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재해석해 일반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제주학의 경우는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주학연구센터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제주학을 위해 지역학국제세미나 개최와 자체 연구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전국의 각 지역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지역 사례를 보면 충북은 보완할 점이 많다.”

 

●지역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특수성과 지자체의 관심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셈이다. 제주도의 경우 우선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여기에 4·3제주항쟁부터 최근 강정마을 사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아픔과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아픔을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알리고 치유하고 소통하는데 있어 제주학연구센터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감영 복원 등을 통해 역사와 자연환경의 접목으로 제주의 정체성을 세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전폭적인 예산지원이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한꺼번에 예산의 7~8배를 늘려주며 제주학 정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제주도의 분위기가 부럽다.”

 

●충북도가 연구소에 지원하는 예산이나 관심이 아쉽다는 말로 들리는데.

“많이 아쉽다. 인력이나 지원 예산이 부족해 늘 열정만큼 계획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도 다양한 환경자원과 역사·문화적인 자원이 풍부하다. 그것을 끄집어내 충북학으로 정립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연구가들의 참여와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도 충북이라는 전체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청주읍성의 복원문제나 진천군 미호천 농다리 주변의 인공폭포 설지 등의 사례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현지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학이 전통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것에 머물기 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로 역할을 할 것인지 찾아가는 고민을 해야 한다. 결국 충북학의 발전은 충북도민의 행복지수와 직결된다고 봐야 한다. 개발중심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충북학을 정립하는 것이 충북도민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충북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충북학의 정체성을 무엇에 두고 만들어 갈 계획인가.

“우선 의미와 재미를 중심에 둘 것이다. 가장 충북스럽다는 의미가 있어야하고 도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주민행복의 필요조건인 역사와 정체성, 가치가 접목되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특징을 잡아나갈 계획이다. 두 번째로 주민들에게 재미있게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충북의 사투리에서 나타나는 능청스러움과 은근한 맛에 괴산의 장맛과 같은 아이템을 접목해 부각시켜볼 필요가 있다. 충북특유의 사투리를 촌스럽다고 폄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촌스러움이 충청도의 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체성을 확대하고 주민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지역학은 하루 이틀에 형성될 수 없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어린이들이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초등학교 교육과정 중 우리고장 자랑하기 편을 활용해 지역문화를 널리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철당간이나 상당산성 외에 우리지역에 남아 있는 골목길의 모습이나 정서, 그것에 놓인 돌멩이 하나하나에 숨겨진 삶의 흔적을 찾고 지키며 함께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정체성을 담보로 정책을 개발해야한다.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은 지원만 하고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획일적이고 성과 위주의 정책지원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사람은 없고 시설 위주의 개량적인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박물관, 전시실, 공연장 등 시설은 많아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지역학이 돼야 한다.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민의 정서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문화예술정책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발중심의 일반 행정과 차별화가 선행돼야 한다.”

●충북학연구소가 출범한지 17년이 됐다. 그동안 지역학으로서 충북학이 어느 정도 정리돼가고 있나.

“안타깝게도 갈 길이 멀다. 그동안 작은 규모로 출발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충북의 역사인물 발굴 및 발간, 충북학 총서발간, 100년 충북의 모습, 충북학 포럼 및 아카데미 등을 통해 충북학과 관련한 현안과 담론은 늘 시민과 연대하고 보완해 나가고 있다. 지역문화예술정책의 개발과 문화경쟁력 강화, 역사·문화자원의 관광자원화 방안 연구, 충북관련 자료조사 및 수집 등 연구소의 역할이 광범위하다. 지역학이라고 해서 한정된 범위에 가두기보다는 다른 분야와 접목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개발을 담당하는 작가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무엇보다 사명감을 갖고 문화행정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공무원의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 예를 들면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20~30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다. 담당자가 바뀐다면 사업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계획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믿어줘야 한다. 특히 현재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진행하고 있는 지역학연구 활동도 중요하지만 산새와 물길과 같은 사업은 광역단위로 엮어야 한다. 기초단체가 지역학연구소를 개설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지만 단순한 트렌드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문화를 정립하고 창조해 가는데 함께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기초단체 지역학을 한 광주리에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사회통합을 위해 연구소가 지향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화의 큰 흐름 속에서 사회제도와 사람과의 소통관계를 놓고 볼 때 기존의 연구가 송신자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신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본다. 그 사이에, 시대적 변화의 중심에 지역학이 존재해야 한다. 주민과 주민, 지역과 지역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동질성을 구축하고 서로 위안이 될 수 있는 따뜻한 지역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학이라는 용어 자체를 역사문화에 한정하지 말고, 역사문화를 지렛대 삼아 디지털 등 다양한 현대문화와 접목해 21세기에 걸 맞는 충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중심역할을 지역학이 해야 한다.”

김규원 소장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과 PSB부산방송 차장, 국제문화산업재단 조사실장 등을 엮임하고 현재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문화콘텐츠학회 이사, 한국미디어연구소 감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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