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세대를 초월한 영혼의 교류-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도시락] 세대를 초월한 영혼의 교류-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 충청매일
  • 승인 2016.10.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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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2008년 저 멀리 스위스에서 한국의 청년이 도포를 두르고 갓을 쓴 채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전해져 큰 이슈가 되었다. 더군다나 세계 최고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지가 깊은 관심을 보인 앞날이 전도유망한 이 생명공학도 청년이 한국에서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수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독특한 이력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를 닮은 노랫말로 듣는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깊은 울림의 감수성을 전해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가수 루시드 폴. 유학길에 이름모를 팬이 전해준 마종기 시인의 시집을 벗삼아 낯선 타국의 외로움을 달래다 대서양 건너에 있는 시인에게 한통의 편지를 전한다.

40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저명 의사이자 유명 시인인 마종기. 젊은 시절 좇기듯 고국을 떠나 평생을 타국에서 살아야 했던 고독과 그리움을 시로 녹여냈던 老시인은 자신의 시 ‘첫날밤’으로 화답했다.

이렇게 이들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고국을 떠나 서로 다른 대륙에서 시인과 의사, 가수와 화학자란 두 개의 전문영역을 가진 동질감을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갔다. 이들의 편지는 책으로도 묶여 ‘아주 사적인, 긴 만남’으로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간간히 소식을 이어가던 이 두 사람은 2013년 봄 다시 집중적으로 편지를 나누기 시작하며 2014년 봄까지 1년간 오간 마흔 통의 편지를 모아 두번째 서간집‘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을 출간했다.

36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든 두 사람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 뿐 아니라 음악과 문학, 조국과 예술, 자연과 여행 등 삶 전체를 아우르는 따뜻하고도 깊은 대화를 나누며 관계의 깊이를 더해 간다.

시인과 가수 그 둘 사이의 이야기는 그들의 시와 노래처럼 아름답고, 영혼을 어루만지는 위안을 담고 있다. 자주 혼자였고, 마음을 나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진심’의 대화이자 때론 혼자만의 고립된 시간을 넘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확인할 만큼 기술이 발전한 시대이다.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 공간과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고있는 현대인이지만 때론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일방적인 소통으로 오히려 외로움이 깊어가는 모순적인 상황 속 이들이 주고받은 장문의 편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따뜻한 정과 서로를 향한 진심이 담긴 책을 읽고 나면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는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이였다기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였음을 알수 있다.

둘 사이의 대화가 독자의 삶에 온기로, 소통에 대한 희망으로 읽히기를 바랬던 시인의 바램처럼 문득 혼자라는 생각으로 힘들어질 때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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