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연 청주청원도서관 사서

‘위험한(?) 책읽기’, ‘우리를 미치게(?) 하는 책들’, ‘책속에는 길이 없다(?)’… 책에 대해 우리가 늘 듣고 보아오던 표현이 아니다.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특히나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시민들에게 책읽기를 장려하고 독서의 이점들을 홍보하는 나에게 이런 부정표현은 결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이 문장들은 김영하의 산문 ‘읽다’의 소제목들이다. 누구보다도 독서경험이 풍부한 작가가 왜 이런 제목을 달았을지? 그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된 책이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읽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그간 독서 경험에서 비롯된 ‘책과 독서에 관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각 장마다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 문학작품과 ‘미드’에 이르기까지 마치 바닥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처럼 단계별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통찰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여섯 날의 문학 탐사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 속에는 길이 없다’는 도발적인 주제를 풀어간 세 번째 장이다.

우리는 책 또는 영화를 볼 때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려 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엔 내가 모르는 답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독서를 하며 강박적인 주제 찾기를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은 독서란 한 편의 소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 좋게 헤매는 경험이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주는 일관된 교훈(길?)을 얻기보다 각자의 정신적 경험들이 쌓여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몰개성적 존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로 산다는 것은 현실적 보상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에 접속 할 수 있다는 것, 잠시나마 그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이다.

작가는 현실의 좁은 전망을 확장해 줄 마법의 문은 바로 ‘이야기의 바다’로 뛰어들어 ‘책의 우주’와 접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과거에 문학을 읽었던 이들과 앞으로 문학을 읽을 이들, 그들 모두에게 ‘책의 우주’에 접속하도록 연결해주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길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