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청원署 여성청소년계 순경

학생 때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에 수업이 끝나고 PC방에 달려가서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학교 복도에 구겨진 종이가 버려져있다. 이 상황에서 과연 학생의 입장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가겠는가? 아니면 PC방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가겠는가? 대부분의 학생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말이 있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되어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작아져서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앞에 말한 내용에서 많은 학생들은 복도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보고 그냥 지나가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아니라도 저 쓰레기는 누군가 줍겠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복도의 쓰레기는 아무도 줍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과정은 심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무시해 버리는 매우 위험한 심리적 함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학교폭력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보통 학교폭력이 발생하게 되면 교실에서는 피해학생과 가해 행위를 한 학생 그리고 목격한 학생이 있게 된다. 피해 받은 학생은 가해학생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게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고 가해 학생은 대부분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킨다. 목격한 학생이 신고를 쉽게 못하는 이유는 피해 학생과 마찬가지로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이 할 수 있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은 가해 행위를 옹호하는 ‘동조자’,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방관자’, 그리고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방어자’ 등으로 그 형태가 다양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방관으로 피해를 받는 친구를 바라본다면 폭력의 늪에 빠져 있는 피해학생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순간 내가 피해를 입지 않고자 다른 친구가 폭력을 당하는 상황을 무시하고 회피한다면 그것은 가해학생의 폭력행위를 눈덩이처럼 크게 만들어 결국 방관이라고 부르는 부메랑에 방관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에 가서 학교폭력 예방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꼭 던지는 질문이 “친구들이 생각하는 HERO는 누구인가요”라는 말을 한다. 이에 학생들은 ‘아이언맨’, ‘슈퍼맨’, 만화 캐릭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을 말한다. 각자가 마음속에 품은 HERO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학교폭력 근절하는 HERO는 학교폭력을 목격한 ‘방어자’적인 성격을 가진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신고 전화 117홍보로 신고 접수가 늘고 있지만 피해학생과 목격한 학생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전히 학교폭력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해학생이 가장 무서워하는 학생은 결국 신고하는 잘하는 학생이다. 어려운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학교전담경찰관은 적극적인 방어자의 목소리에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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