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억 예산소방서 현장대응단장

소방인의 하루는 안전이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해 안전이라는 구호로 마무리된다. 상호간에 인사를 할 때도, 근무교대, 각종 현장 활동 시에도 ‘안전! 안전! 안전!’이라는 구호가 따라 붙는다.

2014년 국민모두를 오열하게 했던 세월호 사고, 최근 경주지역 지진 발생까지 크고 작은 사고발생으로 안전은 더 이상 소방서에서만 들을 수 있는 구호는 아니게 됐다. 언론은 취약한 안전관리의식과 재난안전 시스템의 불완전성에 대해 질타하고, 정치가들의 슬로건에서도 ‘안전’은 단골메뉴로 등장하지만, 곧 타성에 사로잡혀 잊혀지면서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아직 우리는 안전을 외치기만 할 뿐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있고, 안전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며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안전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말과 행동의 괴리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줘야 한다는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 듯하다. 안전관리는 정부의 책임이고, 소방관을 비롯한 각 안전관리 담당부서에서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안전은 현장을 관리하는 안전 관리자나 소방관의 업무만이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사고예방을 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뛰어서 만들어가는 영역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하고 자신 주변의 문제에 책임을 지는 안전의식 함양이 필수적이다.

볼프강 조프스키는 그의 저서 ‘안전의 원칙’(Das Prinzip Sicherheit)에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예로부터 불운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수단이었다고 밝힌다. 행동하는 것은 책임을 떠안게 되어 ‘부당한 곤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관심이 현명한 처신으로 간주돼 공포와 걱정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는 것 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습관이요, 뿌리 깊은 안전 불감증의 원인이며, 인간의 본성이지만, 개인 및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타성과 관성을 거스르자. 당장의 이익과 편의를 뒤로하고, 우리와 자손들이 안전하게 생활 할 수 있는 물적, 정신적 토대로써의 우리의 안전의식, 아니 안전의 실천이라는 기본원칙을 새로이 정립하자.

이제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언론과 국민의 일침이 없는 사회를 꿈꾸며 안전 프로그램 매뉴얼 개발과 안전 인프라 확충, 시민 모두의 안전 의식 함양 등 안전이라는 기본원칙이 바로 서는 2016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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