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철 청주시 환경관리본부 자원정책과 주무관

“요즘 너무들 하더라고. 이사 가면서 침대랑 장롱이랑 부서진 책상을 그냥 내 놓고 가버리니까. 그거 버린 사람 찾는다고 난리가 나지. 각자가 잘 버리고 가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얼마 전 집안을 정리하다 어머니가 쓰시던 3단 서랍장을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에 버리면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와 나눴던 이야기다.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이 낡고 깨져 재활용은 안 될 것 같아 서랍장을 내어 놓았는데 그날따라 비가 오는 탓에 폐기물 배출 스티커를 붙이지 못했더니 금세 ‘경고문'이 붙었다. ‘폐기물 배출 품목임. 폐기물로 처리해야 함’.

경비원분들이 수시로 분리수거함을 정리하다 폐기물 배출 스티커가 없으면 경고문을 붙이는데, 직접 경고문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주민센터로 달려가 ‘무인 폐기물배출 스티커 발급기’에서 수수료를 지불하고 스티커를 서랍장에 붙이고 경비실에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공동주택은 플라스틱류, PET류, 비닐류, 캔&고철류, 병류, 종이류, 의류, 가연성(종량제봉투), 음식물류 등 9가지 종류의 생활폐기물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배출하고 있다. 그 외 폐가구나 대형생활용품, 폐가전제품은 폐기물처리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각 가정마다 따로 처리해야 한다. 플라스틱이나 종이류는 분리배출방법대로 잘 처리되나 폐가구류나 폐가전제품은 매일 버리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사를 하면서 그냥 내놓고 가버리거나 처리방법을 모르고 배출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목격하고 있고, 이번 여름에도 우리는 폭우와 폭염을 경험했다. 환경보호, 즉 깨끗한 지구를 지키려면 내가 버리는 물건에 대한 관심과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지만 상태가 양호한 경우 재활용(3R)센터 등에 연락하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고, 크기가 커서 버리기 곤란했던 폐가전제품은 별도의 수수료 없이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친환경적으로 회수해서 처리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잘 버린다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폐가전에서 철, 구리, 알루미늄 등 유가자원을 생산해 내어 연간 총 216억원의 자원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늘부터 지구를 지키는 방법, 바로 잘 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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