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훈 청주시 정책기획과 주무관

지난달부터 주차공간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여기 저기 주차할 곳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에 중앙초등학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폐쇄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무심코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시절만 해도 가장 많은 학생들이 중앙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내가 나온 청남초등학교는 당시 한 학년에 500명이 넘었고 전체 학생수가 3천명을 넘었던 학교인지라 조회 후에 군대처럼 사열을 하며 교실로 향하던 모습이 꽤 멋졌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말로만 듣던 인구 절벽이란 단어가 새삼 실감나는 듯 했다. 바로 내년 2017년부터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시대가 시작된다고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장 쉽게 생각하면 그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이고 생산이 줄어들고 또 소비주체가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나라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점은 이러한 악순환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더군다나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 초 고령 사회에 접어들 예정인 나라라면 차라리 악몽이 나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헬조선’이라는 표현으로 비하하는 풍조가 있는데 미래세대 젊은이들에게 진짜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도 저 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불균형을 예방하고자 산아제한정책을 기존 1자녀에서 2자녀까지 허용하도록 완화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최근 신문 기사를 보면 중산층이 노년기에 접어들어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실버(silver) 파산(破産)’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 700만 명의 은퇴가 시작되면 실버파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0세 시대에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불행이다.

노후대비 부족으로 젊은이들의 피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줄어들지 않는 복지비용은 그나마 남아있던 희망도 사라지고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탈주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미래를 그려놓고 그런 환경에 놓일 아이를 낳자고 하는 것도 역설적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만은 없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 향하는 시멘트 담벼락에는 산아제한 포스터가 유난히 많이 붙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아이러니 하지만 산아 제한 문구대로만 실천해도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해결될 듯 싶다. 예전처럼 둘만 낳아 잘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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