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첫 번째의 인상을 가지고 가볍게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인간에게는 양면성(兩面性)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신과 악마가 동거(同居)한다고 일컬어져 왔다. 인간 누구에게나 지킬 박사의 일면과 하이드씨의 일면이 동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반신(上半身)은 신(神)에 가깝고 하반신(下半身)은 짐승에 가깝게 되었다고도 한다. 인간에게는 이성(理性)이라는 것이 있어 본능적, 야수적인 성향(性向)을 억제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동안 표면(表面)에 나타나는 인간성은 당연히 훌륭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마음은 3중, 4중으로 되어 있어 가장 바깥쪽은 개성이라 불려진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이성적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무너지기 쉽다. 마음이 약해졌을 때, 술에 취했을 때, 격노했을 때는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이성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되 누구에게나 본능적인 것, 감정적이고 야수적인 측면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결점은 덮어주고 장점이 무엇인가만을 보라. 장점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 사람은 뛰어난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 누구에게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리고 그 장점과 단점은 서로 보완(補完)해 가는 것이다. 이를 하나의 구형(球刑)과 비교할 수 있다. 돌출(突出)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이 장점이며 그 돌출한 분량만큼 푹 파여진 부분이 구형의 어디엔가 있고 그것이 단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점이 크면 클수록 결점 또한 큰 것이다. 높은 산봉우리가 있으면 반드시 깊은 계곡이 있기 마련이다. 그 어느 것도 그 인간의 진실이다. 그리고 어느 쪽을 보는가는 보는 사람의 자유다. 따라서 어디를 보려하는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리고 파란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면 파랗게 보이고 노랑 안경을 쓰고 보면 노랗게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가 다 흠(결점)이 있다. 흠이 없는 인재(人材)란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커다란 결점이 있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면 커다란 장점도 없는 것이다. 어떠한 인간이라도 모든 점에서 강한 장점뿐인 인간이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를테면 인간의 지식이나 경험이나 능력이라는 모든 영역에 걸쳐 평가하는 경우 아무리 위대한 천재라 하더라도 모든 면에 적합한 존재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적합한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어떠한 목적을 위해 적합한가 하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역사상의 위대한 천재, 영웅들도 그 사생활에 있어서는 형편없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가족이나 부하의 입장에서 본다면 횡포하고 광기(狂氣)에 찬 일상생활이었다. 이 모순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자의 인간성 판단은 정확한 것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 어느 일방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선(善)이 있으면 악(惡)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상대성 원리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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