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 청주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한국사회 대부분에서 적용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관공서에서도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필요하면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이기고 내 이익을 챙겨야 하는데 말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느낄 때 목소리를 높인다”고 말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지켜야하는 4대 의무가 있다. 근로의 의무,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납세의 의무가 그것이다. 누구든지 의무를 반기는 사람은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납세의 의무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세금을 거둬들이는 세무과에서는 내야할 세금을 줄이거나 안 내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민원인이 중고매매상사에서 차를 취득하면서 ‘지방세특례제한법’ 규정에 의거 취득세를 감면받고, 1년 내에 차를 매각해 정해진 법 규정에 따라 감면받은 취득세를 추징당했다.
납세고지서를 받아본 민원인분은 이게 뭐냐며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규정을 설명했더니, 차를 매각한 이유가 차에 문제가 있어서 판매자에게 반품 한 것이라고 했다. ‘지방세법’ 규정을 설명했지만 민원인은 오히려 나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고 욕설까지 했다.
이렇듯 다른 곳에서는 안 될 이야기를 공무원에게는 소리치고 항의하면 다 들어줄 것 같은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만연되어 있는 듯하다. 이 항의를 받고 나는 온몸에 힘이 쫙 빠졌지만 민원인에게 ‘지방세법’에서 규정한 세금의 구제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조세심판원 판례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안타깝지만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민원인은 화난 감정을 추스르고 추징규정을 받아들이고는 세금을 납부했다.
공무원이 하는 일은 법의 규정을 따르는 일이다. 법의 규정에 없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무원은 없으며, 흔히 말하는 융통성이라는 것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의 규정에서 허용하는 경우라면 아주 작은 목소리도 공무원은 귀 기울여 들어줄 것이다.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옛말이며, 공공장소에서 목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남의 눈총을 쉽게 받는다. 이제는 목청을 높여 자신의 목소리를 자랑하기 보다는 목소리에 닮긴 인격과 지성을 자랑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