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기] 우리 형을 데리고 간다
[물구나무서기] 우리 형을 데리고 간다
  • 충청매일
  • 승인 2016.09.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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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수필가

지난 여름은 나라가 온통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었다. 예년에 없던 무더위 탓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맺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함성이 하나가 되어 더 뜨거웠던 것 같다.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나도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때로는 벅찬 감동에 휩싸이기도 했고 안타까움에 전율하며 여러 날을 보냈다. 새벽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보낸 날들이었지만 전혀 버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비단 나 뿐 많은 아니었으리라.

수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열대야도 잊은 채 함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게 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과 내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환희의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전율해야 했을까.

올림픽 기간 중 tv화면에 자막으로 떠오른 여러 이야기들 중 가슴을 훈훈하게 하던 짧은 글이 있다. ‘마룽아! 기다려라 우리 형을 데리고 간다.’라는 글이다. 그 글을 보는 내내 가슴 한 자락에서 더운 바람이 일었고 지금도 내안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서 조무래기들끼리 다투다 불리해지면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너 잠깐만 기다려 우리 엉아 데리고 올 테니!”하며 제 집을 향해 달려가며 하던 말이다. 여러 날 동안 즐거운 몸살을 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라는 말의 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저들이 바로 우리나라 선수들이었기에 편한 잠을 자지 못해 눈 밑에 경련이 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가도 나라 대 나라간의 어떤 일이 있을 때에는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는지 그동안 서로 간에 얽혀 있던 이해관계는 간데없고 모두 하나가 되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우리라고 하는 단어의 힘은 실로 엄청난 것 같다.

우리란 말은 보통 일반 명사 앞에 붙여진다. 언니, 누나, 등의 명사들이 홀로 있을 때는 다분히 관념적인 언어로 느껴 질 뿐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그 앞에 우리라는 말이 놓여 지면 그 때부터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집. 우리 형. 우리 어머니 우리나라가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그 때부터는 아름다운 결속력을 지닌다.

때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 테두리 안에 속해 있는 이들로 해 아파하고 감동한다. 그 곳에 눈물이 있고 사랑이 있다. 잠시나마 집을 떠나 있을 때나, 해외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얼마 못가서 집이 그립고, 같은 언어를 쓰는 이들을 만나면 참으로 반가운 걸 보면 크고 작은 우리라고 하는 범위 안에 속해있어서 일게다.

네모라고 하는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네 개의 직선이 필요하고 이선들이 네 개의 꼭지 점을 중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 개의 선 중 어느 하나라도 나는 그 곳에 붙기 싫다며 다른 곳에 가 붙어버린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

네모반듯한 정사각형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가고자하는 속성을 비워내려는 희생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때에 비로소 하나의 직선에 불과 했던 것들이 우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가진 정사각형이 탄생 된다.

세상에는 우리가 만들어 낸 크고 작은 수많은 집단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개체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고 하는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서는 우리가 될 수 없다. 나에 나를 더하면 나일 수밖에 없지만 나에 너를 더하면 그 때부터는 우리가 된다. 우리로 빚어지진 공동체들이 아름다운 결속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내 안의 아집을 버리기 위한 끊임없는 담금질을 필요로 한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라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공동체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나는 네 안에 너는 내 안에 거하기 위한 아름다운 희생이 따를 때 우리 집이 빛나고 나라가 견고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온 세상이 빛날 수 있음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였기에 더욱 가슴 조리며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우리 집, 우리 형 우리 어머니, 그들로 해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걸보면 우리라고 하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속성 속에는 끈끈한 점성을 지니고 있는 점액질이 녹아 있는 것은 아닐까.

골프여제 박인비 선수의 수상소감이다.

“18번 홀에서 울렸던 애국가는 어떤 노래보다 최고였다. 나라의 이름을 걸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개인 경기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알았고 나라의 이름을 빛낼 수 있어서 너무도 기쁘다.”

우리라는 말 속에 녹아 있는 참 의미는 사랑이고 이것이 삶을 지탱 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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