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진 충주署 여성청소년과장

이번 단양 여행은 뭔가 특별했다. 늦더위 때문만은 아닐 게다.

우연히 단양군 성산 꼭대기 온달산성에 들렀다. 천년이 훨씬 넘었는데 높고 튼튼한 모습은 옛날 그대로일 것이다. 정상에 올라서 돌아보니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산성 서쪽엔 신라시대 국원성인 충주가 있고 남쪽으론 경상북도가 이어져 있다.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는 군사적 요충지를 차지하려고 여기서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591년 신라에게 빼앗긴 한강 지역을 되찾기 위해 고구려군을 이끌고 앞장선 이는 바로 온달장군이다. 삼국사기 열전에는 고구려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한강 지역을 두고 전쟁을 벌이다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세월 속으로 흐르는 강물을 보자니 문득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가 떠올랐다. 온달은 겉보기에 어리숙하고 누추해서 바보라고 불렸다. 어린 평강공주는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온달을 찾아가선 그와 혼인했다. 평강은 온달에게 글과 무예를 가르쳤고, 온달은 꾸준히 노력하여 왕의 사위로 인정받았다. 부부는 신분 차이를 이겨내고 서로 존중하며 이해했고 마침내 온달은 고구려 장군에까지 오른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 모습을 생각해 본다. 요즘 우리 현실은 어떤가? 아쉽게도 그리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전국에서 가정폭력 신고는 2013년 16만272건, 2014년 22만7천608건, 2015년 22만7천72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강력사건마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폭력이 늘어난 데는 사회와 가치관이 변하고 피해자가 적극 신고하는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실제로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정폭력이 벌어지는 과정은 비슷하다. 평소 쌓였던 감정과 오해가 응어리져서 서로 입을 다문다. 그러다 사소하거나 우연한 일로 말다툼이 벌어진다. 상대방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내세우다 끝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는 법.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려면 상대를 나와 똑같은 인격체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때론 먼저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기 마련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만약 두 사람이 막무가내로 우기고 서로 업신여겼다면 고구려 영웅 온달장군은 바보로서, 평강공주는 울보로만 기억되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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