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아동문학가

일을 하다보면 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일이 아닐 경우야 그런대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거나 아주 중요한 일들이 겹칠 경우는 난감하다. 이럴 경우 부득이 우선순위를 결정해 일을 처리하지만 뒤로 밀리는 일이나 포기하는 일 때문에 찜찜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이야 그런 일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 가끔은 우선순위를 결정하느라 고민을 하게 된다.

학교에 있다 보면 수업시간과 출장 또는 회의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나는 우선 순위 중 가장 앞 쪽에는 수업시간을 둔다. 왜냐하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며, 선생 역시 가르치는 일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회나 출장을 핑계로 휴강을 하는 선생을 내가 가장 싫어한다. 선생에 따라 다른 요일에 보강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 역시 효율성 측면이나 학생들의 수업의 참여도를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선순위가 결정되어 습관화가 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신문을 읽는 순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제일 먼저 사설, 경제 그리고 사회 난을 본다. 보통 신문 앞 쪽에 있는 정치 난은 거의 보지 않는다. 혹 본다고 해도 제목정도가 다다. 그 이유는 어느 때부터 인지 나도 모르게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왔던 것 같다. 금방 탈로 날 거짓말의 난무, 반대를 위한 반대, 국민 위에 굴림 하려는 정치인, 권력을 잡기 위한 다양한 권모술수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눈 딱 감고 그런 정치인에게 부탁하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못하여 도서관이나 학원을 배회하는 청년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암담하고 무거운 가슴을 정치인들은 알고는 있는가? 오늘도 취업준비를 위하여 무거운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향하고, 학원을 향하는 학생들을 연구실 창 너머로 보며 난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자책도 해 본다.

“명예퇴직인가, 강제퇴직인가를 하고나니 갈 곳 없는 나도 문제이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학졸업하고 놀고 있는 아들놈이야. 볼 때마다 열불이 나지만 어떻게 하겠어. 그 놈 역시 죽을 지경이라는 것을 나도 아는데. 아내 이야기로는 사귀는 여자도 있다는데 취직을 못하고 저러고 있으니… 신문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순위가 어떻고, GDP가 어떻고 하지만 그게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우리 때만 해도 대학만 나오면 어째든 취직은 다했잖아?”

며칠 전 함께 퇴직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나갔더니 내 옆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던 친구가 낮술 몇 잔에 독백하듯 지껄이는 소리다. 오늘도 방송에서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어떻고 어느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연신 방송을 하고 있지만 실지 죽어나는 것은 정부도, 국회도, 언론사도 아닌 근로자들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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