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40여 년 전 필자는 체육교사 시절 지정종목이 사격이라서 지도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충북시군대항 사격대회에 영동군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경기전날 여관방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니 여기저기 검정색 원형의 과녁이 비추기 시작하더니, 눈을 감아도 검정색 구멍으로 뻥뻥 뚫린 것 같아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비몽사몽간에 날을 지새우고 이튿날 경기를 하니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시합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엉망이었다. 그때 사격과 양궁같이 목표물을 향해 쏘는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통감했다.

스포츠를 ‘움직임과 멈춤’. 즉 ‘동정(動靜)’의 조화라고 한다. 종목에 따라서는 ‘동적(動的:움직)’과‘정적(靜的)’인 요소가 각각 달리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육상 체조, 수영, 축구, 농구 등이 ‘동적’인 스포츠라면 양궁과 사격, 골프 등은 ‘정적’인 스포츠라고 하겠다.

올림픽이 종반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한국은 금메달 6개로 10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이 획득한 금메달 6개 중 양궁에서 4개, 사격에서 1개로  5개가 ‘정적(靜的)’인 스포츠에서 획득했다. 특히 양궁 전 종목 석권은 올림픽사에 기리 남을 쾌거라 하겠다.

양궁이나 사격 종목의 경기력은 정신집중에 따라 좌우된다. 집중을 위해서는 훈련과 수행이 필요하다. 불가에선 ‘선(禪)’수행을 한다. 선(禪)이란 한자를 파자하면 ‘示(볼 시)+ 單(하나 단)’이다. 즉 ‘하나를 본다’는 뜻이 된다. 사격의 진종오 선수도 이 수행을 했다고 들었다. ‘집중’이 되면 다음으로는 ‘몰입’이 된다. 몰입이란 ‘푹 빠진다’는 뜻이다. 몰입의 단계를 넘으면 ‘삼매’에 이른다. 삼매에 이르면 대상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독서삼매, 바둑삼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양궁의 경우  활과 화살과 과녁이 선수와! 바람이 불면 바람과! 비가와도 비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가 되면 ‘통달(通達)’했다고 한다. 통달하게 되면 ‘자유자재(마음 먹은대로 되는 것)’가 된다. 양궁에서 통달하면 ‘신궁(神弓)’이라고 한다. 바둑에 통달하면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다. ‘알파고’는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물이 입신에 이른 것이다.

충북은 양궁과 인연이 깊다. 그 선두주자가 김수녕 선수다. 20여년 전 그녀는 양궁 전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함으로써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신궁’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청주에는 용정동에 ‘김수녕양궁장’이 있다. 그곳은 세계양궁의 요람이자 메카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충북에는 박경모 선수와 임동현 선수,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수립한 김우진선수가 출연해 세계를 정복했다. 이들이 바로 ‘통달’함으로써 ‘신궁’의 경지에 들었다. 이렇게 ‘집중→ 몰입→삼매→통달’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통달’하면 ‘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이나, 학문이나, 예술도 마찬가지다. 어느 분야에서도 ‘통달’하게 된다면 ‘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통달과 입신! 이것이 세계화시대에 키워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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