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실 청주청원도서관 사서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시간의 흐름이라는 시련을 견뎌온 것이 바로 고전이다. 의미가 하나로 정해지는 문장과 달리 고전은 함축성이 있어서 해석의 즐거움이 수반되는데 여기서 고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불투명한 부분이 오히려 자신의 해석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추천 요구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고전을 추천하지만 내용이 난해하고 지루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전을 멀리하게 된다.

사이토 다카시의 ‘고전시작’은 고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고전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소개한 책이다

고전을 읽으려 할 때 주의할 점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것이라고 전한다. 정독으로 독파하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너무 힘을 주면 좌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문장에 마음을 고정하고 거기서 어떤 자극을 받으라고 한다. 설렁설렁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감성이 눈을 떠 자극받기 때문이다. 명저에 넙죽 엎드려 주눅 들기보다는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전체의 일부를 즐기라고 한다. 전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되어 듬성듬성 단편적으로 읽으면 고전과의 거리가 어느새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아주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어떤 말에 주목하느냐, 이른바 ‘주목력’을 키우기만 해도 고전 읽기에 깊이가 생기고 또 즐거워진다. 주목하는 주체적인 행위가 더해짐으로써 자신이 참가했다는 감각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했다는 것은 마음이 움직였다는 증거다. 자신의 ‘무언가’를 파악할 수 있으면 고전 속 하나의 문장과 자신의 세계가 명확하게 이어진다. 이러한 ‘연결’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으면 그 책은 자신만의 고전이 된다. 그것이 행간 읽기다. 행간에는 문자가 없어 상상력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저자의 의도를 논리적으로 추리하면서 동시에 독자 자신의 경험과 식견으로 행간을 추측한다.(본문 58쪽 인용)

좋아하는 문장을 고르는 작업은 자신과 책의 저자를 관계 짓는 의식을 높이는 행위라고 말한다. ‘다른 문장이 아니라 왜 그 문장일까?’, ‘왜 나는 그 문장에 자극을 받았을까?’ 그런 의문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책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고 전한다. ‘왜 나는 그 문장에 끌렸나’, ‘그 글과 관련된 나 자신의 경험이 있나’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 자신과 책 사이에 공감이 형성된다고 한다.

고전은 힘이 들거나 주저할 때 저력을 발휘한다. 마음에 드는 하나의 고전을 선택하여 반복해서 읽게 되면 그 책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을 발견할 수 있어 마음의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고전과 친숙해지고 싶지만 고전을 대할 때 위축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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