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 교수

옛날 중국의 송(宋)나라에 성미가 급한 사나이가 있었다. 논에 모를 심은 다음 곧바로 모가 자라리라고 기대했는데 좀처럼 자라주지 않는다. 사나이는 애가 탄 나머지 모를 하나씩 끌어당겼다. 하루 종일 걸려 작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 사나이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오늘은 굉장히 피곤해. 모를 전부 늘려 놓은 거야.”

놀란 아들이 논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모는 시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은 장자(莊子)의 우화(寓話)다.

조급해서 고식적(姑息的) 수단을 취하면 무슨 일이건 제대로 될 수가 없다는 교훈인데 일이 생각대로 잘 되어가지 않을 경우에는 참으면서 ‘때(時)’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성급한 요구였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러한 이치는 상당한 세월이 흘러가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최단거리(最短距離)의 공격을 표방하면서 화려하고 천재적인 기풍(棋風)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장기의 명인(名人) S 10단(段)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장기라 하면 얼핏 극히 격렬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은 뜻밖으로 인내의 경쟁이다. 좌우간 기리(棋理)에 맞는 수를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다. 기리(棋理)에 맞는 수를 써서 이길 수 있는 국면이 될 때까지 참으면서 시기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인내야말로 절대적인 것으로써 초단에서 2단, 3단, 4단…, 고단(高段)이 될 때까지 인내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 빨리 이기려 하거나 가볍게 이기려고 하는 태도는 절대로 금물이며 곧 감정을 폭발시킨다든가 해서는 말이 안 된다.”

어찌 장기뿐이겠는가.

널리 인생 전반, 무엇을 하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초조해 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성질 급하게 대번에 형세를 만회하려고 하여 고식적(姑息的)인 수단을 취한다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리스의 속담에 ‘한 시간의 인내는 10년 안락(安樂)의 원천’이라는 말이 있다. ‘인내의 나무에 금이 열린다’는 말도 있다.

사나이 일생에 있어 참고 견디면서 운명과 맞부딪치는 것처럼 유쾌한 일은 없다. 백절불굴의 정신이야말로 우리의 뜻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장해가 닥치더라도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생각한 다음 만전(萬全)을 기할 수 있을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한 자루의 도끼를 가지고 커다란 나무를 넘어뜨리는 데는 끊임없는 끈기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어려움을 참아내는 데에 참다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허나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참 참음이다.

“인내는 모든 권능(權能)의 근본이다.”

러스킨의 말이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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