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아동문학가

2014년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의 종류는 약 1만1천440개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2배, 미국의 경우는 약 3배 정도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직업 중 상당부분은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반면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직업은 지금보다 오히려 더 많이 탄생할 것으로 본다.

필자가 근무했던 은행원이라는 직업 역시 미래가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1980년대만 해도 분기별로 이자 결산을 위해 한달여 동안 전 직원이 야근을 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로 단 몇 시간 만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됐으니 은행원의 수는 점차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컴퓨터로 인해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처리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은행원과 고객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는 더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30여 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인연으로 친구처럼 지내는 고객 분들이 있다. 지금은 서로 퇴직하여 종전처럼 업무적인 연관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되면 가끔 만나 식사도하고 등산도 한다. 하루는 그런 친구로부터 청첩장이 왔다. 혼자가기가 좀 그래서 갈만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니 모두가 바쁘다며 오히려 나에게 축의금 전달을 부탁한다. 할 수 없이 혼자가려고 준비를 하고 나서니 아내가 부른다.

“여보, 결혼식장에 혼자 가시는 모습이 좀 그러내요. 잠깐만 기다려요. 함께 갑시다. 결혼식장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처럼 처량해 보이는 것도 없어요”, “정말 함께 가겠소! 고맙소. 역시 당신밖에 없소. 축의금만 내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잘 되었소.”

“아니 엄마, 결혼식장에서 혼자 밥 먹을 수도 있지 그게 왜 처량해 보여요? 요사이 점심시간에  편의점에서 혼자 간편식을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대도시에는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을 위해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한 식당도 있다고 해요.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노는 사람들이 이제는 대세예요.”

“야야, 그래도 그렇지 혼자서 밥 먹으면 그게 무슨 밥맛이 있고, 혼자서 놀면 그게 무슨 재미냐? 그래도 사람 사는 멋은 돈이 없어도 함께 밥 먹고 함께 놀 때가 좋은 것 아니냐?”

“글쎄요? 아버지세대는 그런 것이 대세였겠지만 앞으로 세대는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족’이 대세일걸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에서 1인용 메뉴를 산 뒤 집에서 TV를 보면서 먹었는데, 지금은 공개된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혼자서 식사하고, 혼자서 영화관가고, 혼자서 술 마시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어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편의점에 가 보시면 다양한 한식 도시락은 물론 1인용 보쌈, 샤브샤브도 팔고 있어요.” 아들의 말을 들으니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속도가 너무 빨라 나이든 우리가 그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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