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차 조심, 불조심, 몸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말조심하라는 말은 자주 듣지 못한다. 그 만큼 언어에 대한 품위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말에는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말이 있는가하면 남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가시 돋친 말이 있듯이 언어에는 분명 양면성이 존재한다. 옛말에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내 생명과 사랑의 영혼을 담은 그릇이 돼야 할 말이 타인의 영혼을 할퀴고 아픔을 주는데 사용해서야 어찌 문화인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가 저 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와 기업구조 개혁에 몸살을 앓고, 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 사드배치에 북한 중국, 러시아의 거센 반발이 겹치는 가운데 지역 이기주의에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대모가 곳곳에서 쌍끌이로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안보, 경제의 복합위기 상황에서 혁신과 통합의 메시지를 망각한 고위 공직자가 ‘민중은 개돼지’라는 망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빗발치는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아울러 공직기강을 질타하는 여론에 마지못해 전례 없는 파면이라는 최악의 징계가 떨어졌다. 한마디의 실언으로 평생을 지켜오던 철밥통이 한순간 에 날아갔다. 누구나 입이 있다고 칼과 같은 혀를 마구 휘두르다 보면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만큼 자신에게도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기에 항상 조심할 것은 말조심이 아닌가.

丈夫一言은 重千金이라 했듯이 입은 무거울수록 빛이 난다. 한번, 두 번, 세번까지 생각하고 입을 열 으라는 말씀 언(言)자의 의미도 생각해 봄직하다.

국립 국어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설문 조사한 것을 보면 응답자의 절반(52.5%)이상이 습관적으로 욕설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 연구의 분석에서 한 시간에 49번, 즉 75초에 한번 꼴로 욕설을 한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러한 언어습관을 어찌 청소년만 탓할 수 있겠는가. 기성세대가 하는 말을 듣고 보고 배운 것이라면 성인들의 잘못된 언어습관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

옛날 당나라에서는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에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했다 한다. 어느 시대나 말과 글은 그 시대의 중심에 있어왔다. 복잡한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항상 긍정적인 언행이 세상을 훨씬 맑게 하는 길이 되리라.

말이란 엎지른 동이물 같아서 한번 쏟아진 물은 주어 담을 수도 없기에 항상 주의 할 일이 말조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말이란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소통의 난로가 됐으면 한다.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힘이 됐으면 한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인간관계가 얼음덩어리가 되어서야 어찌 인생의 행복을 말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말에는 향기가 있고, 나 자신의 품격이 달려있다. 따뜻하고 고운 말 한 마디가 우리 인생의 삶의 품격을 더해주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청량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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