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일주일 전, 목요일 이제 갓 스물이 된 아이가 오클랜드로 떠났다. 어학연수나 학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구 반대쪽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날아갔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여기는 겨울이야’하며 샌들 신은 발을 들어 올리며 웃고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워킹홀리데이를 뉴질랜드로 결정하기까지 자그마치 4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는 일명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아이는 학교를 나왔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발단은 아이스크림이었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날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선생님에게 아이는 분노했다. 나는 아마도 선생님께서 학습동기를 높이고자 한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아이가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해도 내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앞뒤 맥락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의 말만을 듣고 선생님을 비난할 수도 없었다. 아이에게 어떤 설득의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순위에 든 사람만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학교는 다니기 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럼 대안이 뭐야”라고 나는 말하지 않았다. 학교 안에만 있었던 아이에게 학교를 배제하고서 대안을 말하라하는 것은 좀 잔인하다 싶었다. 한 학기를 버티다가 아이는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 후 아이는 대안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찾아 서울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작곡을 배우고 싶어 하기도 했다. 아이의 욕구가 뜰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어서 나 역시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집에서 몇날 며칠이고 기타를 띵띵 거리며, 종일 짱구 만화를 보며 낄낄거리는 아이를 참아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나는 바빴다. 내가 무언가를 주문하려 하면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나 좀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할 게" 내가 무언가 입을 떼려고 하면, “엄마가 늘 말했잖아, 나 믿는다고"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드는 4년의 동거 끝에 아이가 떠났다.

가까운 지인들은 묻는다. 허전하냐고.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머리는 허전해라고 말하지만 가슴 한가운데서 씽씽 설렘의 바람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그리움은 거리가 있을 때 오는 감정이다. 서로의 거리를 지키는 일은 건강한 마음의 경계를 갖는 일이다. 복닥거리며 지낸 4년 동안 아이는 중·고등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운전면허증,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면서 아이는 나름 이곳을 떠나 혼자서 자립할 준비를 한 것이다. 너무 여유있게 지내는 것은 아닌지 때때로 불안한 엄마의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는 좀 더 한가로운 일상을 위해 더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다른 세상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리고 오늘 나는 톡을 받았다. “엄마, 일 구했어요. 여긴 너무 심심해요.”

풋, 웃음이 나왔다. 심심하다니. 쌤통이다 이놈아. 살아가겠지. 기꺼이 너답게.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