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고아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했다. 부모의 도움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여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들이 결혼을 해서 들어간 집은 달동네에 있는 허름한 집이였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어느 날 늘 걱정했던 장마가 시작됐다. 대충 지붕을 손봤지만 너무나 허름한 집이여서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못했다. 드디어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자 여지없이 비가 새기 시작했다. 남편은 직장에 나가고 혼자 있던 부인은 세숫대야, 냄비, 밥그릇을 총동원해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마다 놓았다. 자신을 호강시켜 주지 않는다고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았다. 비가 새지 않는 곳에 쭈그리고 앉은 부인은 그릇에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의 합주를 들으며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퇴근하자 반갑게 맞이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비가 새지 않는 곳에서 행복한 포옹을 하면서 좋은 집을 구할 때까지 참고 견디자고 굳은 맹세를 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아는 어느 중소기업 대표가 온갖 역경을 딛고 자립 인생을 살아온 이야기다.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순응한다는 것, 이 얼마나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 좋은 집에 살고 있으면서 예쁜 옷이 없다 불평하고,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게 살고 있으면서 스트레스 쌓인다고 바다 산으로 떠돌고 다니면서 토해내는 불평불만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변명인가. 한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드물다. 지옥 같은 헬조선이라 폄하하지 말라. 교육열 높고, 대중교통망 좋고, 의료수준 높고, 범죄예방 쓰레기처리 등 사회질서 든든한 나라 별로 없다.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인과 자꾸 비교하고 타인에 비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려는 허영심은 버려야 한다.

삶의 처지가 나은 사람일수록 불평은 더 많이 한다. 나물국 먹는 사람이 하지 않는 불평을 고기 국 먹는 사람이 하고, 버스 출퇴근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불평을 자가용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이 한다. 요즘 20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당선된 어떤 초선의원이 월 880만원의 세비와 업무비 700만원이 부족하다 불평을 했다니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움켜쥐고도 갑질만 할 셈인가. 민생고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것이 있다. 미국, 유럽의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방글라데시 같은 경제 최빈국이 어찌 1위를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행복은 작은 곳 가까운 곳에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의 부인이 비가 새는 방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분명 그 빗물방울을 눈물로 여기지 않았다, 희망의 꿈을 꾸는 합주곡으로 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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