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청주서원도서관 사서

살면서 우리는 심심치 않게 남들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기 연예인의 스캔들, 라이벌 축구팀의 실책, 사이가 나쁜 직장 동료의 실수 등등….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우월감과 통쾌함을 느낀다. 마치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천벌이라도 받은 것 마냥. 대체 이 감정은 무엇이고, 왜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쌤통의 심리학 :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는 이처럼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남의 불행에 대한 기쁨, 통칭 ‘쌤통 심리’에 대해 다양한 실험·사례와 함께 낱낱이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의 쌤통 심리가 사회적 비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일수록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자신과 비교하며 즐거워한다. 모자라는 자존감과 열등감을 쌤통 심리로 가리는 것이다. 질투와 복수심 또한 쌤통 심리의 근원이 된다. 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던 친구가 중요한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을 때,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 내심 쾌재를 지른 적은 없는가?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꺾었던 일본이 월드컵 예선에서 떨어진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물론 우리는 이런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때론 연민과 죄책감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쌤통 심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결코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전적으로 나쁘다고 하기는 뭔가 모자란 쌤통 심리는 때로 극단으로 치닫는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혐오 범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유태인을 말살하려 한 홀로코스트 등이 그 예이다. ‘○○는 그런 꼴을 당해도 싸.’, ‘○○를 다 쓸어버린다면 얼마나 신날까?’와 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결과이다. 적극적으로 쌤통 심리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 못된 심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책에서는 쌤통 심리를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쌤통 심리는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던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누구나 느끼지만 떳떳하게 내보일 수는 없는 쌤통 심리. 스스로도 통제하기 힘들고 외면하고 싶어 다들 잘 알아보려 하지 않고 숨기기 급급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쌤통 심리를 파헤치다보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남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게 되어 우리 마음 속 쌤통 심리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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