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미호천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 그들의 흔적

▲ 애기수달 발자국.

수달 등 멸종위기종 서식 확인

낮은 산·농경지·물 조건 갖춰

야행성 너구리 등 로드킬 빈번

먹이 부족·도시화로 개체수 감소

보호 위해 전문가 전수조사 필요

미호천 유역의 장점 중 하나는 충북의 중심 도심을 관통하면서 자연이 부여한 하천의 야생성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답사기간 중 미호천 유역에는 주변에 형성된 야트막한 산과 농경지를 오가며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삵과 너구리, 수달 등 멸종위기등급의 야생동물부터 고라니, 멧돼지, 족제비, 두더지 등의 야생동물들이 물과 먹이활동이 수월한 미호천을 주요 서식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야생동물은 주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밤에 먹이활동을 하거나 사람의 발자국 등에 예민해 숨어버리기 때문에 답사 길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보기는 어려웠다. 족제비 새끼를 운 좋게 한번 만났고 고라니 같은 경우는 먹이활동을 하거나 사람의 소리에 반응해 달아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답사 길에서 만난 야생동물은 안타깝게도 로드킬 당한 사체나 배설물, 그리고 발자국과 동물들이 오가던 길을 통해 서식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호천의 발원지인 충북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에서는 숲속의 탱크라 불리는 멧돼지의 배설물과 목욕터, 발자국 등을 보았다. 멧돼지의 경우는 도토리나 고구마는 물론 토끼나 들쥐, 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 잡식성 동물로 먹이를 찾기 위해 농가에 내려와 밭작물을 파헤치거나 가축을 공격한다고 해서 포획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야생동물의 생태계 순환과 유지를 위해 무조건 포획하는 것보다는 산으로 되돌려 보내 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답사 중에 가장 많은 배설물을 확인한 것은 너구리다. 너구리의 경우 배설물을 한곳에 반복해서 배설하는 특징이 있는데 가족단위로 무리지어 다니거나 사는 곳도 일정한 구역이 있어 서 너구리의 배설물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역표시 차원에서 한번 똥을 싸게 되면 가족들이 모두 그곳에 배설하는 습관이 있다. 너구리는 낮에는 잠만 자고 밤에 주로 활동하는데 멧돼지와 같이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먹는, 야생의 청소부라 불릴 만큼 잡식성이 강하다. 미호천 둔치에 서식하며 농경지와 산을 오가는 너구리는 종종 제방 위로 올라왔다가 로드킬을 당하기도 한다. 실제 답사 중 청주시 옥산면과 오창읍 사이 제방 둑에서 큰 너구리가 로드킬 당한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미호천 물길 모래톱이나 둔치 등에서 발바닥이 동글동글한 너구리의 흔적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답사 중에 기적적으로 보게 된 족제비는 몸집이 길고 가늘어 놀림이 매우 날렵해 나무를 오르내리고 어디든 잘 빠져나가고 물에서 헤엄도 잘 친다. 육지나 물속 어디서나 사냥을 잘하는 뛰어난 사냥꾼으로 개구리, 새알, 뱀, 쥐 등을 잡아먹는다. 농가에서는 쥐의 피해를 막아주는 고마운 동물이다. 너구리의 발자국이 고양이처럼 동글동글 한 반면 족제비의 발자국은 발톱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특징이다. 족제비도 종종 로드킬에 희생되기도 하는데 답사 중에 미호천 좌안 청주시 신성동 제방에서 로드킬 당한 족제비를 발견하기도 했다. 

족제비과로 물속의 발레리나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은 미호천이 자연생태학적으로 어느 정도 중요한 곳인지를 말해주는 동물이다. 미호천에는 멸종위기등급의 수달이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배설물과 발자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진천군 초평천과 미호천 합수부에서 밀렵꾼이 쳐놓은 올무에 걸려 구조됐으나 끝내 폐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의 강이나 계곡에 돌 틈이나 구멍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사는 수달은 갈수록 보기 어렵게 됐지만 미호천에서 수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미호천이 야생성을 간직한 귀한 하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수달은 주로 물속에서 생활하며 낮에는 보금자리에서 지내다 밤이면 밖으로 나와 먹이를 찾는다. 수달이 살고 있는 주변에는 물고기의 뼈가 흩어져 있는데 이는 물고기를 잡아 살만 먹고 뼈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수달의 네 다리는 짧고 발가락과 발톱까지 물갈퀴로 돼 있어 물속에서 헤엄을 잘 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속하는 삵은 살쾡이라고도 부른다. 삵은 표독한 성질이 호랑이를 능가한다고 해서 예로부터 농가에서 무서워하던 동물이다. 삵은 몸집이 작지만 토기, 다람쥐, 노루, 청설모 등을 습격해 잡아먹는 육식동물이다. 미호천에도 삵의 배설물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특징은 배설물에서 물고기나 동물의 뼈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생김새는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몸집은 고양이 보다 크고 이마 양쪽에 선명한 흰무늬가 있다.

종종 두더지의 흔적도 확인되었다. 두더지는 땅속으로 굴을 파는 포유동물로 대부분 작으며, 몸이 둥글며 다리와 꼬리는 짧다. 눈이 퇴화되어 앞을 잘 볼 수 없다. 앞다리의 발가락에 삽 모양의 넓은 발톱이 있어 땅을 파기에 알맞고 헤엄칠 때 노 역할을 한다. 땅속의 지렁이나 곤충의 유충을 먹고 살며, 다른 무척추동물을 잡기 위해 터널을 만들기도 한다. 하루 동안 자기 체중보다 더 많은 양을 먹는다고 한다.

답사 중에 물뱀을 비롯해 누룩뱀, 독사 등을 수시로 볼 수 있었으며 다른 야생동물에 비해 개체수가 많은 고라니는 자주 목격되는 야생동물로 밤낮을 가리지 않는 활동 덕분에 로드킬에 가장 많이 희생되기도 한다. 고라니는 풀잎이나 나무 열매를 주로 먹으며 남향의 비탈진 곳이나 억새가 무성한 둔치를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면 껑충껑충 빠른 속도로 달아나지만 귀소본능이 있어 다시 살던 장소로 돌아온다. 선한 초식동물로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면 먹이가 부족해 농가를 찾기도 한다. 먹이가 부족하고 서식했던 환경이 도시화 되면서 갈수록 개체수가 줄고 있어 언젠가는 고라니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호천 유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흔적은 배설물이나 발자국, 혹은 털 등을 비롯해 동물이 드나드는 길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지만 24시간 관찰하지 않는 이상 어떤 다른 야생동물들이 있는지 모두 파악할 수 없었다. 특히 배설물의 상태나 발자국 등이 명확하지 않아 전문가의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미호천 유역 전체에 대한 야생동물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미호천 유역에 어떤 동물이 어느 정도 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밀렵 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동물을  보호 할 수 있는 대책도 세울 수 있다. 미호천 유역에서 야생동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의 삶도 파괴됨을 의미한다. 늦기 전에 야생동물들과 상생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절실하다.

 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강전일씨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