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화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박노해 시인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는 시(詩)를 인용하여 제목을 지은 이 책은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 철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이 자신의 여행길에서 만난 건축물과 그것에 어우러져 있는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 인문 에세이다.

또한 이 책은 시립도서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2016년도 상반기 ‘책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의 대표도서로 선정되어 청주시민 모두가 함께 읽고, 진지하게 토론했던 작품이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가 그동안 여행을 하며 얻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 속 건축물에 대한 사유를 짤막 짤막하게 담아내었다. 그래서 건축에 대한 문외한인 내가 작가를 따라 여행하듯 건축을 공부 하고, 그 속에서 삶을 깨우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꽤나 즐겁고 유쾌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축의 범주는 인문학이라는 작가의 시선이다.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진다. 남의 눈을 의식한 화려함이 아닌 우리 삶의 선함과 소박함이 일깨워지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다. 백년 후에도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공간이다”라는 저자의 이 말이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저자가 일본의 온천과 우리나라의 온천을 비교하며 화(和)와 화(禍)로 표현한 부분을 인용해보면 “동음이지만 뜻은 큰 차이가 난다. 몇 년 전 일본 유후인의 시골 온천마을에 갔는데 고즈넉하다. 낡은 목조건물과 어우러진 소박한 간판은 정겹다. 유황 내음이 물씬나는 노천 온천에 앉아 우거진 숲을 보는데 탄성이 나온다.” 승효상은 이를 자연과 하나 되는 화(和)로 표현했다. 이에 반해 “화려한 간판들의 악다구니와 무례한 형태의 건물들, 지저분함”으로 표현한 우리의 온천에 분노하며 이를 화(禍)로 칭했다. 즉 건축물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로서일때 비로소 아름답다는 뜻인 것 같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인간의 삶이 오롯이 축적된 오래된 건축물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길고 긴 시간을 아로새긴 아름다운 건축물은 영원히 남아 인간에게 두고 두고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부디, 나와 같이 여러분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의 무수한 공간들이 던지는 심오한 철학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