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필자의 아내도 평생을 교직에 봉직했다. 궁벽한 산골오지 마을에서 교단의 첫발을 내디딘 지가 벌써 4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그 마을이 바로 필자의 고향이라서 둘이는 부부라는 인연을 맺게 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내가 즐겨 쓰는 말이 있다.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라고! 신작로가 아직 나지 않았던 터라 교통수단이래야 두 다리뿐이라서 이 십리 길을 걸어서 가야만 했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마을에는 잔치에는 선생님이 가장 큰 손님이었다고 한다. 비록 헐벗고 굶주려 춥고 배고픈 시절이지만, 그때는 콩 한 쪽이라도 나눠먹는 이웃이 있었다. 학교까지 두 시간을 걸어서 가자면 마을을 세 곳이나 통과해야 했다. 지게를 진 총각들과 처녀 선생이 외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 때마다 총각들은 비켜서서 ‘선생님!’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 만큼 마을 청년들은 처녀 선생님을 끔찍이 아껴 주었다고 한다.

요즈음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시비를 거는 행위는 꿈 못 꾸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그 시절이 ‘고맙고, 좋았고, 그립다!’고 한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유행가 가사과 같이, 그때는 선생님을 우러러 보았고, 모두가 아껴주었다.

그런데 요즈음 교육현장은 어떤가? 전남의 섬마을 여선생님 사건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차마 말도 꺼내기가 무섭다.

혹자는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언감생심’이라!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처녀 선생님을! 거기에 더하여 자기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학부모 세명이 공모(?)하여 그런 끔찍한 사건을 자행하다니! 지순지고(至純至高)란 말이 있다. 더 없이 순결하고 더 없이 높은 것이 교육이다. 무너져 가고 망가지는 교육현실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추락하는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역사는 발전하는가? 여기서 말하는 역사란 ‘행복의 역사’라 하겠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란 말이 생각난다. “문명의 발달은 인류에게 대량생산을 통하여 풍요를 제공하지만, ‘엔트로피’의 증가로 종국에는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가령 석탄을 태우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만 남는다.

이와 같이 인류의 역사도 발전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 ‘엔트로피역사관’이다. ‘군사부일체’란 말은 꺼내지도 못하는 등 추락하기만 하는 교육현장을 보면서! 시대가 바뀔수록 ‘역사는 발전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우리들에게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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