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5월의 푸른 창공을 날고 싶었다. 이른 아침 청주공항에서 하늘을 향하여 힘차게 치솟는 아시아나 항공기는 45분 만에 우리가족 일행을 제주공항에 내려놓았다. 기내에서 본 서귀포 풍력발전기 도는 모습에 기대를 걸고 2박3일의 제주관광이 시작된 것이다.

제주공항은 오가는 승객들로 극히 혼잡했다. 안내하는 가이드에 의하면 요즘 하루에 뜨고 내리는 여객기가 470편이 넘는다하니 300만명이 넘는 승객이다. 60만 제주인구의 절반이 매일 북적거린다는 것이 아닌가.

한라산은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해발 1천950미터로 마그마가 분출 되면서 생긴 백록담은 화산의 분화구였다. 한라산 기슭 넓은 초원에는 조롱 말 때가 풀을 뜯는 모습을 보니 자연과 동물의 삶의 아름다운 융합을 보는 느낌이 든다. 지금우리 관객들도 그와 같은 자연과 동화되고 있지 않은가.

숲이 울창한길 따라 가다보니 앙증맞은 인공 기차역이 나온다. 열차가 ‘칙칙 푹푹’ 삑 하고 소리를 내며 닥아 온다. 수많은 승객들과 함께 앞 다투어 처음 보는 미니 열차를 타고 깊은 산, 울창한 숲속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삼림욕을 만끽했다. 중간 역에 내리니 커다란 호수가 있고 출렁 다리를 넘어가니 넓은 잔디공원에서 아름다운 꽃과 신록(新綠)의 향기를 즐기는 멋! 정말 제주의 명품이 아니던가. 역에서 내려 서귀포 해변으로 달려가 바닷가 회집에서 회 정식도 별미였고, 구수한 좁쌀막걸리 한잔에 지친 피로가 한순간에 달아났다.

제주를 떠나는 날 비 내리는 아침 감귤농장을 찾았다. 감귤하면 제주의 명산품인데 지금 감귤 농장은 경영수지 악화로 업종 변경을 하고 있다. 온난화 기후로 생산과잉이 원인이라 한다. 그래서 분재 석 부작(石附作), 산삼배양근 등 다양한 업종으로 변모해가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 땅은 빗물이 고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하수는 많아도 토질의 보습력이 약해 작물재배가 힘든 이유란다. 가는 곳마다 넓은 경지가 폐허 가 되지만 값은 치솟아 국내외 부동산 투기장이 되고 있다한다. 지금 제주는 옛날 제주가 아니다. 국제관광지로 발 돋음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곳이다. 호텔을 가도, 식당에도 넘쳐나는 관객의 90%가 중국인이다. 그 많은 관람객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다. 관광명소 주차장마다 승용차로 넘쳐나고 허, 하‘번호판을 단 렌트카 일색이다.

삼다도(三多島) 바람, 돌, 여자 많은 곳이지만 지금은 사람, 자동차, 사고, 많은 삼다도가 되고 있지 않은가. 도둑 없어 대문열고 거지 없어 삼무(三無)의 섬 제주는 살인강도 절도 폭력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사건사고 많은 곳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08년300건이던 사고건수가 10배로 늘어나 년300건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다.

짧은 2박3일, 사람 많고, 자동차 많고, 사고 많다는 삼다도로 변하는 제주를 뒤로하고 항공기에 올랐다. 눈을 감고 한국 관광발전으로 도약하는, 비전의 꿈에 어린 보물섬, 제주도의 모습을 그리다 잠에 들었다. 안내방송에 눈을 뜨니 어느새 청주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20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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