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 대표이사

출장차 베트남을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베트남은 참 매력적이다. 우선 젊은이들이 많아 어디를 가든지 활력이 넘친다. 출퇴근시간에 오토바이 무리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철새가 군무를 하는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베트남 국민들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우리나라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새마을운동의 추진과정과 결과물을 보기 위하여 주로 농촌지역을 방문하는데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많다. 호기심에 우리를 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젖먹이 아이는 엄마 등에서 우리를 보는데 꼭 천사 같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아이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지금 보아도 그들의 눈은 호수처럼 맑다.

반면에 고엽제 피해로 인하여 아직도 장애아가 태어난다고 한다. 목도 못 가누는 아들을 품에 안고 흐느껴 우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고통을 느낀다.

베트남 꽝시성에 있는 어느 꼬뮨(우리나라 면 단위)을 방문하였을 때 일이다. 꼬뮨 공무원은 자기 면에는 타 지역보다 잘사는 마을이 있다며 장황하게 소개를 한다. 마을단위로 협동하여 향을 만들어 인근에 있는 시장에 판매를 하는데 그 수입이 꽤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하여 공무원과 함께 ‘향 만드는 마을’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그 시설을 보고는 모두 실망했다. 허름한 헛간에 향을 만드는 간단한 기계 서너 대와 포장기계 한대가 전부였다. 나머지 작업은 온 가족이 모여 손으로 선별하고 포장을 하는 가내수공업 형태였다. 그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다가 우연히 방한 구석에서 아이를 업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의 등에서 잠든 아이나 아버지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잠든 아이 모두가 평안해 보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갑자기 떠나 온 집이 생각이 났다. “아내와 아이들은 잘 있겠지? 호텔에 가면 전화를 해 보아야지.”

“여보! 잘 있소?” “그럼요. 잘 지내고 있어요. 여기는 눈도 많이 오고, 기온도 내려가 추워요. 당신은 어때요?” “덕분에 잘 있소. 아이들은?” “큰애는 이번 주 중국 출장 중이고요. 아들은 회사 잘 다니고 있어요. 당신 대신 새벽마다 눈 치우느라 고생이 많아요,” “그래요? 고마운 일이요. 오늘 이상하게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소만…” “당신도 늙어가나 봐요. 그리 많이 출장을 다녀도 그런 애기 한 적이 없는데. 그나저나 당신 어깨 아픈 것은 어때요?” “아아 어깨? 글쎄 여기오니 다 나은 것 같소. 아마 가장이라는 짐을 벗고 있어서 그런가 보오.” “뭐요! 그럼 우리가 당신에게는 짐이었다는 말인가요?” 갑자기 한국의 찬바람이 ‘쌩’하니 베트남으로 건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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