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외래 진료 시 환자분들로부터 자주 듣는 하소연 중의 하나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했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이런 증상이 있는 거죠?”와 같은 말이다.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으셨을 것이고,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즉 진단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검사를 하는 것인데 증상은 있으나 이상은 없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진료 중 접하게 되는 ‘검사 상 아무 이상이 없는’ 증상들은 소화불량, 기침, 통증부터 마비, 이상운동증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런 경우 대증(對症) 치료의 일환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일부는 약물을 일정 기간 복용하면 증상이 소실되기도 하나 일부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만 증상이 완화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또 약물을 복용해도 전혀 호전이 없어 다른 의료기관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비기질성’, ‘기능성’, ‘신경성’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여 병명으로 표현한다 하더라도 ‘원인불명’이라는 용어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증상들의 집합이라는 말이다.

꾀병이 아닌 이상 증상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증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도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증상의 경우 병원에서 시행하는 검사들이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완벽한 수단이 아닐 뿐이다. 원인이 규명되지 못하면 정확한 치료도 기대하기 어렵다.

소화불량을 실제 경우들을 위주로 예로 들어보자. 평소 소화가 잘 되다가 가끔 과식하면 급체를 하는 대학생, 만성 소화불량이 있으면서 내시경 검사 상 위염 소견이 있는 직장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소화가 안 되나 내시경 검사 상 이상 소견이 없는 주부, 소화가 안 될 때 소화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사람, 소화가 안 될 때 소화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속이 더 불편해지는 사람 등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과 양상이 다양하다. 각각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이 규명되어야 정확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소화제만 복용해도 소화가 잘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화제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되고 위 기능을 강화시켜야 소화가 잘 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한의학에는 팔강(八綱), 오장육부(五臟六腑), 경락(經絡) 등 서양의학과는 다른 생리, 병리, 진단, 치료 시스템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벼운 근육통부터 눈에 보이는 종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병은 인체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불균형의 산물이며 한의학은 이것을 파악하는 의학이다. 환자는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병명 위주 의료체계의 사각 지대에 있는 일부 환자들에게 한방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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