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미신가(迷信家)가 있었다. 자기 집을 자기 손으로 조금씩이라도 부수고 있으면 재앙(災殃)을 면할 수 있다고 믿고 매일 담장을 부수고 벽을 부수고 마루를 부순다. 그리하여 3년 후에는 겨우 집의 형체만 유지하는 지붕과 기둥만 남게 되고 말았다. 어느 날 근처에 큰 불이 났고 세찬 바람이 불어 거의 모든 집들이 다 타 버리고 말았다. 어쩔 줄 몰라 펄펄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신가(迷信家)는 우쭐대면서 말했다. “거보시오. 역시 우리 집은 멀쩡하지 않습니까.”

중국의 우화다. 미신(迷信)의 어리석음을 비꼬고 있지만 그러나 믿음이란 그것이 미신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배척할 일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믿음으로 해서 어떤 효과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 생애를 전통의학(傳統醫學)에 대한 반생을 바쳐온 거인(巨人) 파라겔스스는 재미있는 말을 하고 있다.

“당신의 신앙의 대상이 진짜든 가짜든 그것은 똑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성(聖)베드로를 믿는 대신 성 베드로상(像)을 믿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의 이익을 받게 된다. 이것은 미신(迷信)일지 모른다. 그러나 신앙은 그것이 미신이라 하더라도 기적을 낳는다. 진짜를 믿든 가짜를 믿든 신앙은 언제나 똑같은 기적을 낳는 것이다.”

헨리 필립스는 일개 사환에서 몸을 일으켜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 부호가 된 성공자다. 그 과학적인 사고방식, 건전한 양식(良識)으로 해서 대중들로부터 지지받은 합리주의자였다. 이 합리주의자였던 헨리가 소년시절부터 네 개의 잎이 있는 크로바를 애장(愛藏)하고 이 크로바에게 자기의 운과 성공을 남몰래 기원해 왔다고 한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합리적 정신에 투철하여 불상(佛像)의 목을 처 버릴 정도였으니까. 신(神)도 불교(佛敎)도 믿지 않았다. 죽으면 땅 속에 묻힌다고 생각했으므로 물론 내세(來世)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도 기묘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몹시 고양이를 좋아해서 성 안에 있을 때나 전장에 나갈 때나 항상 고양이의 수염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죽음을 면하고 좋은 일이 생기며 운이 트인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도 헨리 필립스나 히데요시를 본받아 무슨 마스코트를 갖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믿고 믿음으로써 자신 있게 행동하고 그래서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생활태도임에 틀림이 없다.

요컨대 무엇을 믿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믿음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버나드 쇼는 말한다.

“틀렸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다면 그것은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배를 믿지 않고 의심 한다면 물 한 모금 밥 한 톨도 삼킬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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