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정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아이들이 잠든 저녁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디오 북을 켠다. 일상을 벗어나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 오늘은 탤런트 이보영의 목소리를 통해 노인의 인생으로 들어가 본다.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는데 노인의 무료한 일상이 들려온다. 그리고 조금 후 노인의 치열한 삶 속으로 빠져든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팔십사일째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마을에선 그를 따르는 어린 소년 하나만 그의 편이 되어줄 뿐 아무도 ‘운이 다한’ 그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 실패가 계속되면 기대치를 낮추고 현실과 타협할 것 같지만 노인은 언젠가 큰 고기를 낚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팔십오일째 노인은 홀로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선다. 다른 어부들이 가지 않는 더 먼 바다까지 나간 노인은 마침내 거대하고 아름다운 청새치 한 마리와 맞닥뜨린다.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노인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그가 성공하기를 바래본다.

기쁨도 잠시, 낚시에 걸린 청새치는 노인의 조각배보다 힘이 셌다. 노인은 며칠에 걸쳐 바다에서 물고기와 고독한 사투를 벌인다. 잠을 못자고, 몸이 다치는 노인을 보면서 큰 것을 잡으려는 노인의 마음이 욕심같이 느껴졌다. 이만 하고 자신의 힘에 감당이 되는 다른 물고기를 낚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노인은 삼일간의 사투를 견뎌낸다. 그리고 드디어 녹슬지 않은 낚시 기술과 열정으로 겨우 청새치를 잡아 뱃전에 묶고 항구로 돌아간다. 여기서 난 노인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해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생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나의 착오였다. 그리고 이 책이 여기서 끝났다면 한낱 노인의 대어 낚시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항구로 돌아가려는 순간,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의 공격을 받는다. 노인은 필사적으로 상어를 쳐낸다. 처음엔 한 마리씩 이었기에 작살로 치고, 막대로 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어는 많아지고 노인은 지쳐갔다. 결국 해안에 도착했을때 물고기는 이미 상어들에 의해 다 뜯어 먹히고 앙상한 뼈와 대가리만 남은 상태였다. 결국 노인은 녹초가 되어 소년이 기다리는 항구로 돌아와 오두막집에 지친 몸을 누이고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꿈을 꾸며 잠든다. 결말을 들으며 허무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노력하고 얻은 것이 고작 물고기의 뼈뿐이라니… 하지만 곧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노인의 사투를 노인 자신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최선을 다했음에 노인은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

‘노인과 바다’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읽지 않아도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읽고 보니 성공과 실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완벽한 성공도, 완전한 실패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결과를 중요시 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성취한 것만이 성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을 통해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인생의 과정에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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