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공학 분야는 오래전부터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인 시선 때문만이 아니라, 공학의 근간이 되는 수학 등의 과학 분야 학문에서 남학생들의 성취도와 흥미가 높게 나타나는 연구결과를 볼 때, 충분히 있을법한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여성 소장, 반도체 연구를 하는 여성 연구원 같은 모습들은 생소하게 보이는 풍경 일지라도 이 시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이다. 비록 경향성이라는 것이 존재 하지만, 개인차에 대한 존중이 높아지고 교육에 있어서 성인지적 교육과정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과거 성의 벽이 존재하던 학문 분야에 있어 그 벽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특히, 한때 남학생들의 전유 분야라고 여겨졌던 공학계열에 여학생들의 진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학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낮다. 공학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면 그만큼 그 분야에서 여성들이 생존하는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쪽 성이 9~15%의 비율을 차지하는 학문 분야의 경우 이 학문분야를 전공하는 소수의 성은 비정상적인 존재로 간주된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와 동일 선상에서 우리나라 공학 분야에서 여성의 이탈율 또한 다른 분야의 학문 분야보다 높게 보고되고 있다. 전 분야에서 학부 대비 대학원의 여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반해, 공학 분야 대학원에서 여학생의 비율은 학부와 거의 차이가 없거나 고학력으로 갈수록 더욱 떨어지고 있다. 특정한 성이 다수인 교육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성은 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특히 공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여성에게 거칠고 불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함에 비해 그에 대한 알맞은 배려나 화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해 이 분야 노동시장으로의 여성의 통합 정도 드른 분야에 비해 낮다고 한다.

잠재적 교육과정이란 학교의 물리적 조건, 제도 및 행정적 조직, 사회 및 심리적 상황을 통해 학교에서는 의도한 바 없으나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 학생들이 은연중에 가지게 되는 경험을 말한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들에게 주어지는 학습 경험 및 결과는 지식의 내용을 넘어 삶의 태도나 가치,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 환경에서 잠재적 교육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또 잠재적 교육과정 그 자체가 되는 동료학습자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다.

실제로 학습 환경으로서 동료학습자에 대한 연구는 개인차에 관한 연구 분야가 주목을 받으면서 활발하게 진행됐다. 사회적으로 나이, 성격, 학습유형 등 동료학습자를 구성하는 요인이 학습자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은 매우 크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성별은 그 중요성과 보편성에 비해 학습 환경을 구성하는 대상으로서 진행된 연구가 매우 적다. 문제는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문제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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