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정 청주서원도서관 사서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이면서, 뉴스로 접한 이야기도 일정부분 획일화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분쟁은 보통 사람들보다 정치나 종교적인 목적으로 이루어 질 때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 안전하고 행복하길 바랄 뿐인데 말이다.

‘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반대편의 현실을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보여준 이야기라서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분리장벽을 사이에 두고 이스라엘 소년과 팔레스타인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는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장면들이 너무도 많다. 조슈아와 릴라가 검문소 앞에서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서로의 눈빛만으로 이별 하는 장면이나, 조슈아의 진심을 믿지 았았던 릴라 아버지도 그가 정성스럽게 가꾼 올리브 과수원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두고두고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비록 나무는 총으로 망가뜨릴 수 있어도 조슈아가 품은 희망과 릴라네 가족이 받은 위안,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든 평화는 그 어떤 무력으로도 훼손하지 못한다는 걸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장면인 것이다.

마지막장에는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나는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다시 시도할 것이다. 만약 또 실패하면 한번더 노력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내 마음에 떠오른 순간, 나는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는 구절은 참으로 인상 깊다. 결국에는 불구가 되었지만 조슈아는 결코 후회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한다.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책을 읽는 내내 두근두근하면서 조슈아가 느끼는 감정을 나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 책을 어른의 시선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같은 깊은 감동과 여운은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감명을 받고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있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주인공 소년 조슈아가 보여준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가 더 특별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책에는 이스라엘의 실상이 아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그려져 있다. 뉴스에서는 그저 서로를 겨누고 총을 발사한 그 순간만을 기사화하지만 그저 소박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분쟁이 얼마나 치명적이며, 비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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