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대표이사

초등학교 친구들과 추억이야기를 하다 ‘우암산에서 송충이 잡던 일’이 화제가 됐다. 집에서 빈 깡통과 나무로 만든 집개를 준비해 학교에 가면 학년별로 인근 우암산에 올라 송충이를 잡았다. 그런데 소나무마다 송충이가 얼마나 많은지 잡고 또 잡아도 끝이 없었다. 장난기가 심한 친구들은 송충이를 여학생 머리나 옷에 살며시 올려놓아 여학생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잡은 송충이는 선생님께서 미리 파 놓으신 구덩이나 불속에 던져졌는데 그 타는 모습이나 독특한 냄새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당시 어린마음에도 ‘메뚜기는 먹는데 왜 저 송충이는 먹지 못하고 불속에 던져질까?’라는 호기심을 품곤 했다.

농협중앙회 보은군지부에서 근무할 때이다. 구내식당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참 부지런하셨다. 시간만 나면 인근의 산이나 들로 다니시며 나물은 물론 버섯도 채취해 싱싱한 반찬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 잡으셨다. 어느 가을날, 아주머니는 메뚜기를 잡아다 볶아서 반찬으로 내 놓았는데 나는 별미로 참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동해 온 직원 한분은 그런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아니, 지부장님 그게 그렇게 맛있습니까?” “왜? 자네는 메뚜기를 안 먹나? 한번 먹어보게 고소한 것이 맛있다네. 어릴 때 참 많이 먹었는데”하며 메뚜기를 그 직원 앞으로 밀어놓자 “지부장님도! 아프리카 사람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하고는 혼비백산해 식당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들과 박장대소한 적이 있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특이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국내 모 식품회사와 한국식용곤충연구소가 ‘식용곤충 관련 공동 연구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아! 어릴 때 내가 생각한 엉뚱한 것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현실화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마치 내가 무슨 예언자나 미래학자가 된 양 가슴이 두근거렸다. 곤충이 식품 원료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마 높은 영양가 때문일 것이다. 메뚜기, 귀뚜라미, 꿀개미 등 식용곤충에는 사람 몸에 좋은 단백질과 무기질은 물론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학자들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100g의 벼메뚜기에는 같은 중량의 소고기에 비해 저탄소 단백질이 세배나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는 육류보다 적은 양의 식용곤충으로 비슷한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식용곤충산업이 더욱 발달되고 확산이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고민해 온 가축산업의 환경오염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며, 공간 면적도 적게 차지해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은 야시장이나 축제현장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추억의 ‘번데기 리어카’를 작은 트럭에 위생적으로 변신시켜 길거리 어디에서나 한국의 특별 음식으로 볼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또 다양한 음식으로 개발된 메뚜기, 귀뚜라미, 누에 등이 한류의 열풍에 힘입어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각광받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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