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청주시민의 애환 서린 팔결교, 옛 모습 잃어(청주시 오창읍 유리~신평리 무심천 합수부)

▲ 지난해 11월 팔결교에서 공항대교 사이의 미호천. 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늪이 잘 조성돼 있는 모습과(왼쪽) 지난해 12월 청주시가 버드나무를 베 버려 운동장처럼 변한 같은 구간 미호천의 현재 모습.(오른쪽)

 

버드나무 군락 석달만에 초토화

하천유지관리 위해 모조리 싹둑

생태계 파괴·수질 오염 가속화

가을 가뭄이 심각한 11월 중순 청주시 오창읍 유리에서 미호천 우안을 따라 팔결교를 지나 무심천 합수부까지 답사를 진행했다. 보강천 합수부부터 이어진 물길은 강폭이 400m이상 넓었지만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물길 중앙으로만 물이 흘러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물조차 구경하기 힘든 구간이다.

미호천 오른쪽으로는 추수가 끝난 넓은 들이 펼쳐져 있고 간간이 무를 수확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멀리 오창산업단지와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돼 있는 것이 보이고 미호천 우안을 따라 학소리, 가곡리, 탑리, 신평리 등의 마을이 이어지며 좌안으로는 청주국제공항과 외하동, 오근장역, 정북동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물이 오염된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하천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었다. 버드나무 군락지가 중간 중간 습지를 형성하고 있고 모래톱과 여울, 소 등이 발달돼 있어 물만 깨끗하다면 더 바랄게 없는 구간이다. 이날은 다른 날 보다 좀 더 많은 구간을 걷기로 하고 옛 팔결교 아래서 미호천 지킴이들이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옛 팔결교는 팔결들이라 불리는 청원군 오창면 가곡리와 청주시 외하동을 연결하는 다리로 일제강점기 시절 2차선으로 건설된 것이다. 다리가 노후 되고 교통량이 증가하자 2008년 바로 아래 6차선으로 새 팔결교(길이 660m, 폭 27.9m)를 건설했다. 옛 팔결교는 위험해 한때 대형차량을 통제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보수공사를 거쳐 차량통행에 문제가 없으며 자전거 길과 인도가 있어 차량 외에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새 팔결교보다 옛 팔결교가 좋은 편이다.

1970, 1980년대 이전 청주시와 오창 주민들에게 옛 팔결교는 좋은 행락지였다. 청주시 주변에 갈 곳이 마땅하게 없던 시절 주민들은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팔결교에 모여 천렵 하거나 물놀이를 즐겼다. 그 시절 만해도 물이 깨끗하고 수량이 풍부했으며 모래백사장이 잘 형성돼 있어 여름철에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종종 익사사고도 발생하곤 했다. 지금도 한여름이면 다리 아래서 낚시를 하거나 천렵하는 사람들은 볼 수 있지만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할 수는 없다.

팔결교라는 다리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결(結)’이라는 면적단위를 나타내는 들이 팔결이 되는 곳이 가락리에 있어 그곳과 외하동을 잇는 다리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 팔결교 아래서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다리를 건너 좌안을 따라 걷기로 했다. 자전거 길은 우안으로 이어져 있어 좌안을 따라 가기 위해서는 제방 둑으로 걸어야 한다. 제방 길은 비교적 단조로웠고 강폭이 넓고 갈대와 버드나무가 둔치에 가득해 물 가까이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정확하게 2015년 11월 11일 이 구간을 걸었고 올해 3월 12일 같은 구간을 다시 걸었을 때 너무나 황당한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미호천 물길 어느 곳이나 있고, 있어야 하는 둔치의 버드나무가 한순간에 사라져 다른 물길에 와 있나 착각이 들 정도다. 보강천 합수부를 지나 오창읍 도암리에서 아홉 번째 지천인 성암천과 합류하고 북이면 입상리에서 열 번째 지천인 석화천과 합류해 팔결교 아래를 변함없이 비슷한 모습으로 흐르던 미호천 물길이 팔결교 아래부터 완전히 변해버렸다. 불과 석 달 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청주시가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까지 하천유지관리 차원에서 팔결교에서 공항대교 구간에 대해 버드나무 베기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물길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버드나무다. 봄의 전령사인 갯버들의 버들강아지가 지고 나면 초록 잎이 돋아나 하천 풍경이 겨우내 칙칙한 옷을 벗고 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미호천 변에는 다양한 버드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능수버들, 수양버들, 갯버들, 왕버들까지. 이들 버드나무는 곳곳에 습지를 조성해주기도 하고 넓은 둔치에서 야생동물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기도 한다. 하천에 버드나무가 없다는 것은 물과 함께 살아가야할 동물의 안식처가 사라지는 것이고 정화작용을 할 수 없어 물 오염을 가속화 시키게 된다. 물과 함께 반듯이 상생해야 하는 버드나무를 청주시가 일괄적으로 베어낸 것이다. 청주시 하천 방재과 담당자는 “주민의 민원이 있었고 치수차원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홍수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베어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구간의 경우 현재까지 홍수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데다 최근 몇 년간 미호천 전 구간에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홍수피해를 입었던 지역조차 홍수피해가 없어진 상태다. 특히 이 구간은 하천 폭이 400m 이상 되는 구간으로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범람 위험이 없다.

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는 “4대강 사업 때도 미호천만큼은 손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주충북 환경단체가 사활을 걸고 반대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어렵게 지켜온 미호천인데 정작 청주시가 나서 20년 이상 된 울창한 버드나무를 한꺼번에 베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번 훼손된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다시 20년의 세월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문가나 지역 환경단체에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원시나 전주시의 경우 하천유역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 자치단체가 하천관련 사업을 벌일 경우 가장먼저 유역네트워크와 협의하는 것이 제도화 돼 있다. 자치단체가 이 같이 터무니없는 일을 벌일 수 없는 구조다.

이오이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수원시의 경우 하천변 제초작업조차 하천유역회의와 상의하고 진행한다. 물고기나 곤충, 야생동물의 산란기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아무 때나 풀을 베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구간에 대한 청주시의 버드나무 베기 작업은 3개의 용역회사가 한 달여에 걸쳐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나무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베 버렸다. 특히 나무를 베고 치우지 않은 채 하천에 쌓아 갈대나 흙으로 덮어 놓거나 벤 자리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어 자칫 비가 올 경우 하류로 떠내려가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심각한 상황이다. 청주시가 공사를 발주해 놓고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청주시의 주장대로 치수 차원에서 나무를 베려면 굵은 나무는 살려두면서 잔가지를 쳐내거나 나무 아래 쌓여 있는 각종 토사물과 쓰레기 걷어내기 작업을 했어야 한다. 특히 물가에 자생하는 갯버들은 토종물고기의 산란기 때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잔뿌리는 물의 정화작용에도 큰 도움이 되는 나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늪이나 소, 여울 등 하천의 필수조건들을 파괴하고 운동장처럼 일괄적으로 평지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물의 환경이나 생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업이었다.

물가에 버드나무가 없다면 물은 생명력을 잃는다고 봐야 한다. 버드나무와 관련된 수많은 전설은 둘째 치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버드나무가 없는 물가에서 사는 일은 삭막한 사막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천연기념물 삭과 수달이 살고 고라니가 뛰어놀고 있는 이 구간의 나무를 아무런 대책 없이 베 버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하천 오염을 가속시키는 등 하천 풍경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는 청주시의 하천관리 정책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강전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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